송은정 산업부 기자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 미-중 무역분쟁으로 벌어진 화웨이 사태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를 보호하겠다" 는 말과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화웨이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 금지 대상에 포함 됐다. 이는 미ㆍ중무역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국의 행동 중 하나인 셈이다.

 

국내 입장은 묘하게 됐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미국과 핵심 동맹국이며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교역으로 무역 흑자를 보는 국가다.

 

한국은 지난해 대 중국 수출은 1617억 달러(약 186조원)이며 수입은 1053억 달러(약 121조원)로 무역수지는 564억 달라(약 65조원) 흑자다.

 

미국에서는 161억 달러(약 19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미국의 3배가 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웨이와 거래를 했던 기업들은 일체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리나라 이통사 같은 경우 화웨이 장비를 쓰기 때문에 타격이 예상 됐다. 상황이 장기전이 되면 미국의 압박에 못이겨 화웨이 혹은 다른 중국산 장비 도입을 쓰는 한국 IT 기업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 도입을 마친 곳에서도 추가 도입은 신중해질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이 상황이 장기전이 될 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외교부 당국자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을 엄두해두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화웨이를 전부 아웃(out)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으로 왕따가 된 화웨이 때문에 전세계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미국의 퀄컴과 인텔, 브로드밴드 등이 모두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고 일본 파나소닉도 화웨이와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한편 이로 인해 웃는 기업이 생겼다. 화웨이와 라이벌 구도를 가졌던 '삼성전자'는 이번 화웨이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이다. 화웨이와 '폴더블폰' 출시를 놓고 눈치싸움을 해오던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로 웃을 수 있게 됐다.특히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애플이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희생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에게는 큰 기회다.

 

전량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25% 관세가 추가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에도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한 이후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아이폰 불매' 운동이 일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미 취약한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또 다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애플 측은 오히려 화웨이를 견제 했다가 '애플 판매량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국내 통신3사 중 유일하게 5G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급제동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정보기술(IT)분야는 정치적인 부분과 무관하게 지금까지 중심잡기가 잘 돼왔다. 정책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도 최소한 이익과 손해가 분명하게 시장에서 판가름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화웨이 건에 대해서 우리 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장비 수입을 중단할 경우 기업 피해액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우리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와 각종 논리에 휘둘리는 우리나라 IT 업계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라는 속담이 딱 맞다.강한 사람끼리 싸우는 통에 약한 사람이 해를 입게 된다는 뜻으로 강대국인 美-中 무역 분쟁에 가운데 낀 우리나라에 미칠 손해는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다.

 

IT 업계는 이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중심잡기를 해야하는 현명한 처세가 필요하다. 미국의 화웨이 고립시키기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이로 인해 화웨이가 내놓을 '플랜B'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에 좌지우지하며 빠르게 처세하는 것이 좋지만 길게 봤을때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 기업들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 라도 간다' 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yuniy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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