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게이트 후 디젤 엔진 수요 급감
전기차 판매 지난해 전년 대비 57% 증가해 사상 최고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주력 모델 전환 초읽기
미세먼지 문제로 한국도 디젤 규제… 가이드라인만 제시해 논란

유럽의 탈 디젤 움직임에 유럽과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도요타·폭스바겐과 함께 세계 디젤차 시장 선두에 섰던 닛산도 디젤 엔진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유럽의 디젤차 규제 강화에 ‘탈(脫) 디젤’ 행보를 시작한 닛산자동차가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한다.

 

폭스바겐·포르쉐·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가 오는 2022년까지 모든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프랑스·중국 등이 환경 대응을 이유로 디젤차 판매 규제를 검토하면서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디젤 게이트’ 이후 세계적으로 디젤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디젤엔진을 터부시하고 있다며 “디젤 엔진이 국가는 물론 소비자 신뢰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르노·미쓰비시와 연대 체제인 닛산이 도요타·폭스바겐과 함께 세계 디젤차 시장을 선점했지만 디젤 엔진에서 손을 떼면서 디젤 기술이 퇴조 기로에 섰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반면 전기자동차(EV) 시장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57%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IEA는 지난해 300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판매가 오는 2030년 1억25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기후변화나 지속가능목표에 따른 정책 여부에 따라 최대 2억2000만대 수준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닛산 역시 전기차에 경영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닛산이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출시하면서 관련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탈 디젤에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탈 디젤 방침을 밝힌 도요타도 “고객이 더 이상 디젤차를 원하지 않는다”며 올해 이후 출시하는 신형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탑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의 디젤차 규제가 강해지자 디젤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최종적으로는 판매를 종료하는 디젤차 종언을 선언한 것.

 

혼다 역시 유럽에서 판매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CR-V’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비율을 3분의 2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도 전기차 판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젤 게이트’ 주역 폭스바겐과 포르쉐에 이어 FCA도 2021년까지 모든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볼보도 차세대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전기차 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디젤차는 휘발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료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유럽 시장에서 선호돼 왔다.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향상되면 수요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며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디젤 엔진 기술 개발을 앞다퉜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급격히 부상하면서 기준치보다 높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문제시되면서 유럽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탈 디젤·전기차 집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디젤차가 도마에 올랐다.

 

환경부는 지난 4월 발표한 ‘배출가스 등급제 시행’에서 전기차·수소차에 1등급을 매기고 제작연도에 따라 가스차·휘발유차에도 1등급을 산정했다.

 

디젤차의 경우 2009년 9월 이후 출시된 모델은 최신식이라도 3등급, 2005년 이전 출시된 모델은 노후 차량으로 분류해 5등급을 매긴다고 밝혔다. 결국 디젤차를 사지 말라는 ‘디젤차 규제’인 셈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노후 경유차’ 퇴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주먹구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디젤 시대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가이드라인만 내세운 정부 정책으로는 시대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miyuki@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