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정책 판단 기준 ‘통계’서 ‘정치’로 전환 분위기
트럼프 자극 피하려는 연준, 연내 금리 인하 확실시
미 경제 호조에도 엔화 강세 가능성 부각… 엔화 매수 확대 전망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2015년 12월 ‘제로(0)금리’ 정책을 종료하고 금리를 인상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을 종료하고 양적 완화로 돌아서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엔화 강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연준까지 금융완화에 긍정적인 ‘비둘기파’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엔화환율이 달러당 100엔 수준의 초강세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48% 하락한 96.175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19~2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하락한 달러는 한 주 새 1.43%나 하락했다.

반면 엔화환율은 달러당 107엔대 수준으로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분위기에 미국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심리적 지지선인 2% 밑으로 떨어진 것도 투자자들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FOMC 성명서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세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지금껏 통계를 중시했던 미국의 금융 정책이 정치를 주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나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엔고를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도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의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무라는 5월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9로 전월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어서며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1987년 이래 PMI 지수가 50을 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실시된 것은 1987년과 2007년 불과 2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 정책의 판단 기준이 ‘통계 중시’에서 ‘정치 중시’로 전환됐다는 분위기가 확립되면 미국의 경제 호조를 이유로 엔화 약세·달러 강세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엔화 강세 가능성을 키우면서 매수에 나서 엔화 초강세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환율 하락은 엔화 강세를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사키카바라 에이스케(榊原英資)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각국이 ‘완화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중반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 정상화 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경제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고 엔화환율은 내년 초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2016년 8월 이래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에 육박하는 초강세 장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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