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값 20만원 내고 환불하는 ‘블랙컨슈머 제한’ 조치일 뿐

‘제29회 롯데면세점 패밀리콘서트’ 11일자 공연 티켓. 사진=유수정 기자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롯데면세점이 자사 구매 고객에게 사은품(비매품)으로 증정한 공연 티켓이 고가의 금액에 판매되고 있는 것과 관련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제 암표 거래 근절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본적으로 자사 매출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불 등 편법을 사용한 이들만 규제한 것일 뿐,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일명 ‘플미충(티켓 프리미엄+충, 암표상)’의 행태를 제한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없다는 의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24일부터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제29회 롯데면세점 패밀리콘서트’ 티켓을 구매금액별로 선착순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시내면세점(▲명동본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에서 제품을 600불, 1200불, 1600불 이상 구매할 경우 각각 A석(2층), S석(1층), R석(스탠딩)의 티켓을 1인당 2매 증정하는 행사다. 공항면세점(▲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에서 구매할 경우에는 A석(600불 이상)만 증정한다.

 

이는 오는 8월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KSPODOME)에서 개최하는 ‘제29회 롯데면세점 패밀리콘서트’의 초청권이다.

 

문제로 자리한 부분은 마지막 날인 11일 공연 티켓이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무려 100만원(R석, 이하 2매 기준)까지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면세점이 공개한 라인업에 따르면 이날 공연에는 트와이스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D&E, 황치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ITZY 등 롯데면세점 모델로 활동 중인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참여는 암표상으로 하여금 티켓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기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롯데면세점이 티켓 규정 변경을 안내했지만 여전히 암표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판매 완료된 거래도 상당수다. 팬들 사이에서는 사기 당하지 않는 법 등에 대한 정보 교류가 한창이다. 사진=네이버카페 중고나라 캡처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해당 날짜 R석 티켓의 경우 80만원 내외의 시세가 공공연하게 책정된 상태다. S석은 50만원대, A석은 30만원대 수준이다.

 

문제를 인식한 탓인지 롯데면세점은 지난 25일 오후 2시경부터 부랴부랴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등을 중심으로 댓글을 통해 ‘티켓 규정 변경 안내문’을 공지하고 나섰다.

 

롯데면세점 패밀리콘서트 운영사무국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티켓은 비매품으로 판매 및 암거래 행위가 불법으로 금지된 만큼, 이를 악용해 입장권 구매‧위조‧양도‧구매대행‧추가 비용을 지불해 티켓을 구매하는 위법행위 시 해당 티켓의 사용이 불가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구매 및 판매자에게 있기에 공연 주최‧주관사와 협력사에서는 어떠한 책임이나 피해 보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암표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롯데면세점 측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티켓 수령 후 구매 취소나 반품으로 증정 기준 금액이 미달될 경우 해당 티켓의 일련번호를 확인해 전산상 사용 불가 처리하고 콘서트 당일 현장 입장을 불가하게 조치하는 방법을 내세운 것이 전부다.

 

부수적으로 공연일 이전 환불을 희망할 경우 실물 티켓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는 방침도 더했다.

 

이에 도리어 암표상들은 “이미 티켓을 판매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차피 환불을 할 수 없다”, “절대 구매한 면세품을 취소할 일도 없으며 이미 인도받은 면세 영수증을 증명하겠다”는 말로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ARMY)를 현혹하며 더욱 당당하게 활개를 치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24일 시내면세점에 붙은 안내문, 25일에는 현금 환불 규정에 대한 문구가 가려져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티켓 규정 변경’은 암표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라기보다는 티켓 값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불한 뒤 면세 물품을 환불해 자사에 피해를 입히는 일부 블랙컨슈머의 행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본래부터 공연일 이전 환불을 희망했을 경우 사은품으로 증정된 티켓을 반드시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었다는 입장이지만 변경 전 티켓 규정에서는 반납이 불가한 경우에는 티켓 값에 상응하는 현금을 지불하면 됐다. 금액은 ▲R석 20만원(이하 2매 기준) ▲S석 15만원 ▲A석 10만원이다.

 

한 시내면세점 지점 내국인 증정 데스크 직원은 “25일부터 현금 지불로 대신하는 제도를 없앴다”며 “앞으로는 공연일 이전 환불 시에는 무조건 실물 티켓을 지참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환불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티켓을 보유하지 못한 채 환불해야 한다거나 공연을 관람한 이후 환불하게 될 경우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는 답변만 내놨다.

 

전화고객상담원(고객센터) 역시 면세물품 미인도 등으로 인한 환불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법무팀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팬들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암표거래를 지양하자는 분위기지만 아무래도 일부 수요와 공급이 있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최근 빅히트 측이 강경하게 나서 암표거래를 원천봉쇄했던 사례와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앞서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측은 지난 15~16일, 22~23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진행된 팬미팅 ‘매직샵’ 진행 과정에서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실물 신분증과 예매내역서를 모두 지참한 예약자 본인(직계가족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원본 지참)에 한해서만 입장을 가능하게 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진화되는 ‘플미충’의 행태로 인해 일명 ‘암표매매방지법’이 국회에 발의될 만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8월 개최된 방탄소년단의 주경기장 콘서트 티켓이 공식 판매 가격인 11만원보다 약 30배 비싼 32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yu_crystal7@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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