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로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미 일본산 맥주 등 식음료 분야가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관광이나 소매업, 항공업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며 일본 기업들이 한국 불매운동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한일 간 지역·인적 교류는 물론 저비용항공사(LCC) 운행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수출규제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 여부와 향후 참여 의사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한 국민은 전체의 62.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1차 조사에서 48.0%, 17일 2차 조사에서 54.6%였던 참여율은 매주 7~8% 정도씩 증가세를 보이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언론들은 불매운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수출규제 강화 등으로 대립이 깊어지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2013년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를 둘러싸고 일어난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수출규제 문제는 또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를 인용해 “불매운동으로 한일 양국 간 국민 감정이 악화하면 결국 한일 기업들이 동반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정치 문제를 경제에 파급시키지 않는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움직임을 재촉하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분위기는 더 거세지고 있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가 많은 롯데는 불매운동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이달 들어 주요 계열사 매출이 20~3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일 감정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이 늘어 항공·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위메프 투어에 따르면 전체 국제선 항공권 환불 건수에서 일본행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6월 마지막 주 기준 9%에 불과했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7월 1주에는 15%, 2주 차 36%, 3주 차에는 44%로 급증하며 5배나 늘어났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일부 매장에서 일본산 맥주를 치우거나 우려했던 매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TV광고나 판촉행사 등을 중단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운항을 중단하는 저가항공사(LCC)도 나왔다면서 수출규제 영향이 일본 경제에 파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한국인의 ‘일본 여행 보이콧’을 주시하는 것은 항공·관광·숙박 등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4000만 명 방문객 수를 목표로 하는 일본의 관광입국 전략에 노란불이 켜진 것.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017년 대비 5.6% 증가한 총 754만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약 24%에 달한다. 중국인(838만명) 다음으로 많다. 일본에서 소비하는 금액을 봐도 한국 관광객이 13%인 5881억엔(약 6조4300억원)을 차지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인 셈이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최근 한국인 여행자가 일본 호텔을 예약한 건수가 전주 대비 10% 줄었고 이달 들어 한국인 개인 여행객 수도 전년 동월 대비 10% 줄었다고 발표했다. JTB 관계자는 “수수료가 발생하는 건은 대부분 취소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을 멀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출규제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행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운항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지난 24일 무안-오이타(大分)를 시작으로 부산-오이타, 부산-사가(佐賀), 대구-구마모토(熊本) 등 4개 노선을 9월까지 순차적으로 운휴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이스타항공도 부산-삿포로(札幌), 오사카(大阪) 노선 운휴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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