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0.40%, 0.25%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날 성명을 통해 “주요 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혀 오는 9월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NBC와 BBC 등 주요 외신은 ECB가 기존의 ‘현재 수준’이라는 문구에 ‘더 낮은 수준’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장기간 강력한 통화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제 전망이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 강화, 새로운 양적완화 정책,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은행의 수익 악화 대책 등을 검토하겠다며 경제·물가 침체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따른 유로화 강세(환율 하락) 우려를 없애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물가를 부양하기 위해 조기 금리인하는 물론 양적완화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유로존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유로존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 

ECB는 4년 가까이 시행해 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지난해 12월 마감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자 경기 부양을 서두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의 체감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유로존의 제조업이 더 악화할 경우 연말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드라기 총재의 시나리오에 먹구름이 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연준이 7월 FOMC에서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에서 유럽으로 투자금이 대규모 유입되며 유로화 초강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도 ECB의 등을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화 강세는 유럽의 수출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혀 유럽 경제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유로화 강세로 수입 물가가 하락하면 2% 물가 목표치 달성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외신은 미 연준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ECB도 9월에 추가 통화완화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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