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기 둔화가 우려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8년 12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양적긴축(QT) 정책을 조기 종료했다.

기축통화이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를 갖고 있는 미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완화 분위기가 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25~2.5%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돌아선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를 예정된 9월 말보다 2개월 앞당겨 중단하는 양적긴축 종료로 선언했다.

이날 회의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연준은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추가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5.00~5.25%에서 0.00~0.25%까지 떨어뜨렸고 세 차례의 양적완화(QE)를 통해 3조 달러 이상의 유동성 자금을 공급했다.

이후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며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지난해에는 4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긴축 정책을 펼쳐 지난해 12월에는 2.25%를 찍으며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들어 금리를 동결, 이달부터 금융완화 기조로 돌아섰다.

연준이 발표한 대로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실업률도 1969년 이후 약 49년 만에 최저 수준인 3.7%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이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을 위한 금리인하라는 것.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기 전망 불확실성’을 지적한 연준이 경제 데이터를 주시하면서 경제 성장 지속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이는 경기 둔화 우려가 사라지지 않으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이후 미 경제지표 둔화 조짐이 현실화할 경우 환율전쟁에 불이 붙으며 연준이 또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큰 폭의 금리인하를, 그리고 즉각적인 양적긴축 중단을 원한다”며 공개적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0.5%포인트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추가 완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CNBC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압박과 시장 기대감 속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다”며 “(이번 금리인하는) 현재의 경제 문제가 아니라 향후 리스크에 대한 보험적 의미”라고 평가했다. 당장은 리스크에 선제대응한 것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연준은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미국 국채 등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도 중단한다.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 등 자산을 매각해 시중의 달러화를 회수하는 정책이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의 미 국채 등을 사들이며 ‘양적 완화’(QE) 정책을 펼쳤지만 2017년 가을부터 보유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오는 9월 종료를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과 보유자산 축소 등 양적긴축을 끝낸 연준이 비둘기파적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며 주요국 중앙은행도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며 본격적인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추가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일본은행(BOJ)도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요 외신은 전 세계적인 ‘동시 통화완화’는 각국 경기의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시장 과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미국이 ‘보험성’ 금리인하를 결정해 결국 달러 강세 흐름이 약세로 뒤바뀌는 상황에서 통화가치 상승을 우려하는 각국 중앙은행도 수출 환경 조성 등을 위해 통화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로존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하와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ECB 역시 연준이 10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에서 유럽으로 투자금이 대규모 유입되며 유로화 초강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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