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이야기] ① 배달(配達)에 중독된 배달(倍達)의 민족 - 서울와이어
[쓰레기 이야기] ① 배달(配達)에 중독된 배달(倍達)의 민족
[쓰레기 이야기] ① 배달(配達)에 중독된 배달(倍達)의 민족
  • 소인정 기자
  • 승인 2019.09.23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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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익일배송, 당일배송 등으로 탄력을 받았던 속도전이 새벽배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새벽배송. 주부인 나에게는 구세주(救世主) 같은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어쩜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 기발한 배송을 생각해 낸 그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특히 직장, 육아 등으로 시간에 쫓기고, 깜박깜박 찾아오는 주부 건망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배송체계의 등장에 든든했다. 


정부가 전통 시장의 화성화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대형마트에 강제 휴무일을 정해 시행토록 했지만 솔직히 큰 성과가 있다고는 볼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추석처럼 명절 준비기간이 짧았던 연휴에 일관성 있는 ‘휴무일 지키기’를 시행하시어 대형마트의 매출은 줄었고, 전통시장을 이용하던 내 추억속의 번잡함도 이번 명절에는 없었으니 전통시장의 매출도 그 닥 재미는 없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모두 다 알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의 활성화로 손쉽게 주문하고 배송 받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번 명절도 시간상의 이유로 미리 인터넷을 이용한 소비자가 많을 것이다. 그 동안 1~2일로도 신선도 유지를 장담할 수 없어 배송의 한계였던 ‘신선식품’과 ‘요리’까지 새벽배송이 가능케 한 것이다. 정말 유통혁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든 ‘빨리빨리 민족’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유통혁명을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의 아마존도 시도하지 못한 신선식품 배송 혁신을 ‘배송 공화국’ 답게 해냈다.

 
‘로켓배송’을 최초로 선보인 쿠팡의 배송 속도에 놀란 가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마켓컬리라는 국내 신생 벤처기업이 신선식품 새벽배송서비스를 처음 선보여 전날 밤에 주문하면 익일 오전 7시전에 상품이 배송되어 아침 주방문화에 퀄리티를 부여했다.

 

유통 시장의 판도를 바꾼 마켓컬리의 뒤를 이어 쿠팡이 새벽배송시장에 진출하고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과 홈쇼핑업체들도 가세했다. 급기야 더 빠른 배송을 위한 경쟁까지 야기되어 서로 피를 흘리고 있고, 대기업이 주축이 된 내부 문제 때문에 일한 만큼 먹고 사는데 문제 없었던 소규모 배송업체는 피가 빨리고 있다.


세상살이 중 모두를 이롭게 하는 일은 희박하다. 이 편리함 뒤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우선, 배송 인력의 노동강도, 스티로폼과 아이스팩 등 각종 일회용품 쓰레기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주문자의 약속된 ‘모닝 만족도’를 위해 배송 종사자들은 새벽도 없고 밤도 없는 삶이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요즘 같은 경기에 당장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워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잠을 줄여가며 그나마 좀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 일자리를 저버리기는 힘들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결국 배송자들의 수면과 건강을 담보로 한 편리함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주부의 시각으로 확인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엄청난 포장 쓰레기 문제가 그것이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상하거나 뭉개지지 않도록 생활용품보다 더 많은 포장재를 사용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한 보냉팩, 드라이아이스는 물론 제품 형태 유지를 위한 포장용 에어캡, 일회용 비닐, 종이상자 등이 대표적인 포장재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는데도 배송시장만큼은 일회용품의 천국이다. 규제 없는 남용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배송업체들도 잇따라 친환경 배송 대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이런 시도들이 시범운영 및 도입 초기단계라 아직 큰 효과는 없다.


보여지기식 우리나라 문화. 얼마 전 추석 명절 때 받은 선물포장재를 기억해보자. 내용물보다 포장재의 양이 더 많은 경우가 허다 했을 것이다. 수거업체가 쉬는 명절에는 산더미 같이 쓰레기가 쌓여 버리는 것도 어렵고 선물세트용 포장재의 분리수거는 번거롭기까지 하다.


쓰레기매립지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현실이다. 내 주변에 쓰레기 매립지가 들어서는 것은 피를 토해가며 반대하면서 내 주변의 환경을 썩히는 행동은 편리함에 중독되어 하루도 쉬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곧 우리나라는 쓰레기는 많은데 버릴 곳은 없는 하나의 ‘쓰레기 덩어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먹고 쓰고 버리는 행위가 내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시한다면 이전과 이후는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생각없이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보다 생각없는 나의 가치관이 더 문제는 아닐까? 배달(配達)에 중독된 소비자들도 편리한 배송이 주는 이면의 그늘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home@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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