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요구했다며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취임 선서에 대한 배반”이라며 “국가안보에 대한 배반, 그리고 우리의 선거 건전성에 대한 배반”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6개의 하원 위원회가 공식 탄핵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지금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절차 개시가 2020년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지만 당내에서는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공모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놓고 탄핵 가능성을 찾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섣부른 탄핵이 자칫 미국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등이 중단될 경우 지지자 이탈이 발생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CNN은 우크라이나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주당 내에서 탄핵론이 거세져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민주당 의원 70% 가까이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탄핵 지지 표명을 자제해 온 바이든 전 부통령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포함한 의회 조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면 탄핵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헌법은 반역죄, 뇌물수수죄, 기타 중대한 범죄 또는 경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대통령 탄핵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탄핵 여부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고 탄핵 조사 후 의회의 정치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 셈이다.

정식 조사가 시작되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의회에 불러 증언을 요구하거나 관련 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조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의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압박의 도화선이 된 ‘우크라이나 의혹’은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처음 보도한 후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를 조사하라고 압박, 이 문제를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하라고 했다.

이는 헌터 바이든이 관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현지 에너지 회사 소유주를 수사 선상에 올리자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정부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검찰총장은 부패 의혹으로 해임됐다.

펠로시 의장의 탄핵 조사 발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을 공개하겠다며 “아주 우호적이고 적절한 전화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트윗했지만 조사 절차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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