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낸 영화는 종종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그 중 ‘샤인’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 1914-)의 실화를 담아 재구성된 영화인 ‘샤인’을 다시 보게 되었다.


▲ [네이버 영화 캡쳐]


(데이비드 헬프갓은 우리나라에 몇 번 내한한 적도 있다).

▲ [공연, 전시 매거진 올댓아트 사이트에서 캡쳐]


피아니스트인 데이비드의 배역을 청년 시절은 노아 테이러(Noah Taylor, 1969-)가, 성인이 돼서는 제프리 러쉬(Geoffrey Roy Rush,1951-)가 맡았는데 그들의 훌륭한 연기로 영화의 몰입감은 더욱 컸다.


데이비드의 아버지 피터(아민 믈러 스타 분)는 두 가지의 지론이 있었다. 하나는 유대인 학살 때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아픈 기억으로 가족이 헤어지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었고, 또 하나는 어려서 바이올린을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아들에게서 찾으려 한 것이다.


아버지 피터는 데이비드가 유학 가는 것은 가족과 헤어지는 것이라고 만류하셨고, 아버지 반대 없이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 환경은 운이 매우 좋은 것이라고 주입하셨다. 또한, 언제나 이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 또 강조했다.


데이비드는 미국 유학의 기회가 왔지만 엄한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국 장학금을 받게 된 데이비드는 아버지와 크게 싸우고 영국 왕립음악학교로 떠난다.


평소 아버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최고의 음악이라 여기셨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멀어졌지만, 데이비드는 왕립음악학교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게 된다. 연주는 성공리에 마쳤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그만 너무 혼혈을 기울인 나머지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정신분열로 된 데이비드는 아버지의 외면으로 10년의 세월을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상태로 된 데이비드는 우연한 기회에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세상과의 여러 타협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를 믿어준 길리안(린 레드르레이브) 덕분에 데이비드가 연주에 재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샤인’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를 빛낸 곡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evich Rakhmaninov , 1873-1943)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이 곡을 작곡한 라흐마니노프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1897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 초연에서 지휘를 맡은 글라주노프(Alexandr Konstantinovich Glazunov, 1865-1936)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연주를 망쳐버린 것이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던 글라주노프가 그날도 술에 취해 지휘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라흐마니노프의 참담한 실패와 비평가들의 쏟아지는 혹평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3년 후 1901년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로 당당히 성공을 거두고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더불어 1909년 <피아노 협주곡 3번>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라흐마니노프가 첫 번째 교향곡의 실패 후 음악을 그만두었으면 우리는 지금의 그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꿈을 등지고 살았다면, 꿈을 잊고 살았다면 2017년 얼마 남지 않은 이해가 지나가기 전에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또다시 일어서려는 열정은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게 한다.


영화‘샤인’의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mQaS4Js02HA&list=RDmQaS4Js02HA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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