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제대로 이해해야 가격-상품 정확히 파악"

[서울와이어 민경미 기자] [편집자주] 올해는 분양가상한제, 종합부동산세 세율 조정 등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이 쏟아져나왔다. 잡힐 것 같았던 서울 집값은 약 올리는 것처럼 상승하고 있고 지방은 그 반대로 한숨이다. 전문가들조차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현재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를 출간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김학렬 소장

기자: 안녕하세요. 출간 하자마자 4대 인터넷 서점 종합 1위 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부동산 서적이 종합 1위하기가 쉽지않을텐데요.

 

김학렬: 종합 1등이 아니라 경영경제분야 1위 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 보았으니까요. 2018년 출간된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가 종합 1위를 했던 최초의 부동산 도서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모두 소장님 책이네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저자로서 많은 분들께 사랑 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김학렬: 아무래도 쉬운 사람이라서 그런 듯 합니다. 말도 쉽게 하고, 글도 쉽게 쓰고. 부알못(부동산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들에게 부동산은 넘사벽 분야처럼 보일텐데 그 넘사벽을 쉽게 오가는 사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교회 오빠 같은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 준 듯 합니다.

 

기자: 특히 이번 책은 이전 책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듯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입지 분석가로서의 책이 아닌 '부동산'이라는 분야를 거시와 미시를 모두 설명한 전통파 부동산 분석서라고나 할까요?

 

김학렬: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는 이전 책들과는 달리 보다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모두 어려워 하는 거에요. 요즘 시장을 계속 오르는 아파트가 있고, 계속 내리는 아파트가 있는데 그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봤어요. 심지어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사도, 정책을 만드는 정부도요. 그래서 20년간 부동산 시장을 꾸준히 분석해 온 전문가로서 대한민국 부동산에 대해 속 시원하게 정리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정부든 기업체든 개인이든 혼란스러운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부동산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명쾌한 가이드를 제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자: 대한민국 부동산을 제대로 보기 위해 필요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김학렬: 먼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힘인 수요가 어떻게 형성되고 움직이는지 이야기해 드렸구요.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수요가 몰리는 곳에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수요가 빠지면 가격도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의사결정은 아파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수요는 결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급보다는 오히려 수요를 제대로 이해해야 가격과 상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고 결국 사람들의 의사결정들로 형성된 시장의 결과물입니다.

 

기자: 짧은 설명만 들었지만 한번에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이해가 되네요. 혹시 이전과는 다른 트렌드 변화가 있나요?

김학렬: 네. 과거는 입지만 봐도 충분히 시장에 대한 대응전략을 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추가됐습니다.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상품력이죠. 상품력은 최근 몇 년 동안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다. 특히 수요가 분화되고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차별화된 상품성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입지는 그 자체가 부동산이에요. 특히 최근 정부가 입지를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기타 지역의 4단계로 구분한 것을 놓고, 소비자들은 그 의미와 시장의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요즘 부동산 규제 정책 때문에 대단히 판단을 어려워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시장에서 꼭 필요한 의사결정 가이드를 말씀해 주셨네요.

 

정책이 소비자들의 판단은 더 어렵게 한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도 꼼꼼히 따져보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는 무주택자들에게는 50년 부동산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혜택들을 주고 있습니다. 주는 혜택을 어떻게든 받아야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혜택이 아니라 억제책이라고 오해를 하는 겁니다. 지금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다주택자들이지 실수요자들은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오히려 기회가 더 많습니다.

 

그런 좋은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든 활용해야지요. 결국 이렇게 계속 변화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활용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좋은 대응 전략입니다. 정책을 제대로 분석할 줄 알면 실질적인 경제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나의 눈으로 나의 상황에 맞게 정책을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드리고 싶네요.

 

기자: 확실히 다른 부동산 전문가들과는 다르시네요. 대부분 상승이다 하락이다 이런 쪽으로만 의견들을 표명하시는데 더 구체적이시고 일반인 입장에서 이해가 충분히 되도록 말씀해 주세요. 공감도 많이 되구요. 아무래도 하는 업무가 소비자 리서치여서 그런 영향도 있겠지요?

 

김학렬: 맞습니다. 저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연구원 시절부터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저자의 조사와 분석 자료, 연구 결과들을 모두 집약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어요. 현대, 삼성, 대림 등 대형 건설사와 국토교통부 등 공공기관과 1000건 이상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과 노하우가 책 속에 녹여 넣었죠. 전국 규모의 분양 물량, 시세 변동률, 시세 변화, 거래 동향, 미분양 현황, 입주 물량 등 전체적인 공급과 수요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총동원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리서치 결과에 대한 인사이트가 모두 반영돼 있을 겁니다. 이런 분석을 하는 전문가는 대한민국에 저 한명 밖에 없습니다.

 

기자: 이번 책에서 부동산을 보는 절대 기준으로 6개의 키워드를 제시하셨더라구요. 그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6개의 키워드를 제안드렸습니다. 바로 시장, 수요, 가격, 상품, 입지, 정책인데요. 350페이지나 되는 내용들을 몇 문장으로 정리해 드릴 수는 없지만 간단하게라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기자: 가장 먼저 시장과 싸우지 마라는 제안을 해 주셨는데요.

 

개인도 정부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시장은 이길 수 없는 존재고 이기려고 해서도 안 되며 그 안에서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준비하고 대처하는 쪽이 결국 승자가 된다는 것이죠.

 

기자: 두 번째로 하나만 꼽는다면 결국 수요라고 하셨습니다.

 

부동산의 시세 변동은 결국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됩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수요가 모이는 곳,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수요 파악 없는 의사결정은 무모함이며 ‘묻지 마’ 투자가 됩니다. 그래서 부동산 의사결정에서는 수요 파악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자: 세번째로 "싸니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김학렬"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됩니다. 부동산 가격을 볼 때는 단순히 절대 가격의 높고 낮음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절대 가격이 낮아도 거품 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기꺼이 지불할 사람이 많다면 그건 거품이 아닙니다.

 

기자: 네 번째 요소로 이제부터는 상품 경쟁력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했네요.

 

김학렬"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양적 시장이 아닙니다. 질적 시장으로의 변모를 이미 시작했죠. 아파트 소비자들은 상품에 대해 그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좋고 나쁜 것을 구분하는 눈이 확실해졌다는 것이구요. 결국 이런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상품 경쟁력이라는 것입니다.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의 최고 핵심은 입지인가요?
 

김학렬: 입지에 대해서는 긴 말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부동산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입니다. 입지가 좋으면 상품적인 약점은 보완할 수 있지만 상품성이 좋다고 해서 입지 조건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고의 입지 조건을 찾아야 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말 현실적인 제안을 했는데요.

 

김학렬: 정부가 집을 공짜로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가슴 속에 담고 부동산을 다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정부는 만능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죠. 하지만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통해 무주택자 혹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1주택 세대에게 가장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내 집 마련할 사람들은 지금 집을 사라는 제안입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정부가 집값을 임의적으로 하락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개별 집안들의 사정을 모두 고려해 줄 리도 만무하구요. 결국 내 집,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찾는 일은 각자의 몫입니다.

기자: 부동산 관련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있는 제안이 결국 50개나 있는 것이네요.

 

김학렬: 주택 보급률 100%의 숨은 의미, 갭 투자 가수요에 ‘호갱’ 되지 않는 법, 아파트의 거품 가격 확인하는 법, 적정 가격 파악하는 법, 적절한 매수와 매도 타이밍, 현재 중대형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 거래량 감소 시기의 ‘급매물 선별법’ 등 이번 책에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핵심 포인트가 50개 칼럼으로 정리했습니다.

 

대세 상승 혹은 대세 하락만을 믿고 시장에 들어섰다가는 기다리고 있던 초기 투자자들에게 당하기 쉽습니다. 지역마다 입지마다 시기마다 시장 상황을 다르게 보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같은 신도시라도 시장 전개 상황이 다른 이유가 다 있습니다. 같은 주상복합이지만 사도 좋은 곳이 있고 지켜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묻지 마 투자 금지’입니다. 친한 중개업소의 말만 믿지도 말 것이며, 누가 샀다고 따라 사지도 말 것이며, 전문가가 추천한다고 무조건 좋은 물건인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공부해서 자신만의 부동산 인사이트를 가져야 합니다. 이 책이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도와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들도, 정부에서도 부동산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김학렬: 책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소비자로서의 개인이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시장에 적용할지도 중요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도 하나의 시장이니만큼 소비자와 공급자가 있고 그 둘의 조화로운 관계가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 여하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출렁대는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의 정책들이 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짚어 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정책은 어디를 향해야 할지를 진심을 다해서 제안했습니다.

 

기자: 책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하는데도 몇십개의 훌륭한 논문을 읽은 것 같네요. 다시한번 출간을 축하드리구요. 종합 1등 한 것, 특히 그 넘사벽이라고 하는 펭수를 이긴 것도 축하드립니다.

 

김학렬: 네. 모두 10여년 동안 저를 믿고 함께 해준 빠숑의 세상 답사기 블로그 이웃님들과 팟빵, 유튜브 구독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글과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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