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풍악에 돌 잔치한 제로페이 - 서울와이어
정부 풍악에 돌 잔치한 제로페이
정부 풍악에 돌 잔치한 제로페이
  • 소인정 기자
  • 승인 2019.12.16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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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제로페이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제로페이 홈페이지 캡처]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작년 12월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주도하에 야심 차게 등장한 제로페이가 탄생1주년 돌을 맞았다.


제로페이는 카드사의 개입을 없애고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직접 결제 금액이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중간에 한 번 홍보 선전에 나와 제로페이 저변 확대가 여의치 않아 연실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공무원 아저씨가 요즘 간혹 보이는 2탄 광고에서 친절한 홍보를 다시 하고 계신다.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공공기관 이용시설을 확대해 제로페이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산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노력의 결과가 좋은지 서울시는 제로페이 활성화에 기여한 공무원에게 서울시장 표창을 수여하는 자축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과연,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계획했던 만큼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에게 성공적인 페이로 자리 잡은 것일까? 


서울시는 이 제로페이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100억원이 넘는 홍보 예산을 배정하는 등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조사기관을 통해 드러난 결과는 ‘공무원페이’로 여겨졌던 제로페이를 공무원들 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구청과 관공서 직원들 조차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솔직한 고충을 토로했다. 


결론적으로 제로페이가 출시 된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시장 점유율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쓰는 사람도 없는 이 제로페이에 서울시와 정부는 가맹점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실정인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8일 서울 지역 제로페이 가맹점 수가 10만곳을 넘었다며 제로페이가 이제 대세라고까지 했는데…. 도대체 뭐가 진실인 것인지 모르겠다.


일부에서 “세금 낭비다”, “관제 페이다” 하며 지적하고 있지만 전혀 아랑곳없다. 이런 상황에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4일 추가경정 예산안을 공개하며 제로페이 인프라 확충에 76억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도대체 국민 세금으로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세금의 주인인 국민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왜 제로페이를 쓰지 않을까.


이유는 왜 제로페이를 쓰라고 하는지, 제로페이를 쓰면 자신에게 무슨 혜택이 있는지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 절차도 심각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왜 이렇게 밖에 못 만들었을까? 이전 광고 속 공무원아저씨 대사처럼 시장님이 서두르셔서? 준비가 부족해서? 아니다. 관제(官製)서비스의 필연적 한계 때문이라고 본다.


솔직히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런 불편한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엄두는 못 냈을 것이다. 만약 출시 했더라도 ‘불편하다’는 시장반응에 당장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고 다시 설계를 했을 것이다. 그래야만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민간기업은 슬프도록 잘 알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와 정부가 대표적인 혜택으로 내세운 ‘소득공제 혜택’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제로페이 사용액의 40%에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문구를 기억 할 것이다. 솔직히 공제율 자체는 신용카드(15%)나 체크카드·현금영수증(30%)보다 높다. 그러나 소득공제 40% 혜택을 모두 챙기려면 제로페이로만 연소득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대다수에게는 작지 않은 금액이다. 별 매력은 없고 사용이 불편한 서비스를 굳이 이용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소비자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쓸모가 있어야 이용한다. 


매일매일 시장에선 이런 페이, 저런 페이 등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 선택을 받은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도태된다. 이런 피 말리는 경쟁은 기술혁신을 유발하고, 서비스 질을 높인다. 이것이 무섭지만 시장 원리인 것이다. 이런 전쟁터에 약자 보호라는 선의(善意)를 내세워 정부가 뛰어들어 피 말리는 경쟁 없이 나타난 ‘낙하산페이’인 제로페이. 아직은 정부를 등에 업고 있지만 시장경쟁에 노출되지 않고 과연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지…결국 우리 세금으로 ‘관제페이’ 만든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결제도 서비스 상품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결제서비스를 만들어 민간과 경쟁하겠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 게임이라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사전 철저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금융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고객 반응에 맞춰 신속하게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공무원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민간이 주도하고 시장의 선택을 받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세금을 쏟아 부어도 ‘사용자가 없는 제로(0)페이’ 될까 봐 걱정된다.

 

home@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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