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이 7일(현지시간) 거행된 가운데 이란 정부가 미국에 대한 보복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폭격으로 살해된 솔레이마니 사령관 장례식과 추도식 등이 끝나면 이란이 미군 시설 폭격이나 사이버 공격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솔레이마니 장군을 살해한 미국에 보복하는 시나리오 13개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중 가장 약한 경우가 미국인에게는 잊지 못할 역사적인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위대한 영웅이 흘린 피를 위해 시작한 이 보복 작전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즉시 중동에서 나가지 않으면 그들의 시체가 중동을 뒤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가 강력한 보복 의지를 밝히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이란이 자신들의 보복에 미국이 대응할 경우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 외신은 미국과 이란의 전운 짙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재보복에 나서면 이스라엘 주요 도시들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며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우방국들이 사태를 주시하며 침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보복 행위에 앞서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를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비례적 군사 대응’을 논의하는 등 보복 정당화에 나섰다.

이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긴급 3단계’ 회의를 소집하고 미군과 미 국방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가결하는 등 미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 절차를 시작했다.

이란이 복수에 대한 강력한 결의를 밝히자 미 해운당국은 중동을 항행하는 선박에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해 온 이란이 대미 보복 조치로 중동 지역의 미국 관련 시설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는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AP통신은 “미국 해운청(MARAD)이 ‘미군의 해운 자산을 노리는 이란의 행동 가능성이 있다’며 경보를 발령했다”면서 “약 5000명의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일시적으로 훈련을 중단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란이 미군 고위 관계자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이란 방위 체제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란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반미 감정이 높아져 미국과의 군사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직접적 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정부가 미국과의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를 자각하고 있는 데다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을 비판하는 풍조가 강해져 보복을 자제할 경우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으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의 보수 강경파를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요구하고 있어 이란 정부가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