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기생충' 오스카상 주역들이 19일 오전 11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전지수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기생충' 오스카상 주역들이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19일 오전 11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배우들과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등이 참석했다.

 

봉 감독은 이날 오스카 캠페인 뒷이야기를 꺼내놨다.

 

봉 감독은 "캠페인 당시 북미 배급사 네온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중소 배급사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고 했다.

 

이어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 이런 회사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그 말은 저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인터뷰만 600차례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었다"며 분투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봉 감독은 "경쟁작들은 LA 시내에 광고판이 있고, 신문에 전면광고가 나왔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CJ와 바른손, 배우들이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봉 감독은 "한때는 그런 생각도 했다. 저뿐 아니라 노아 바움백,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쁜 창작자인데, 왜 일선에서 벗어나서 시간 들여서 캠페인을 하는지, 스튜디오는 왜 많은 예산 쓰는지, 낯설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작품들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점검해보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것이 아카데미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로컬'이라고 말한 게 아카데미를 도발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제가 처음 캠페인을 하는 와중에 무슨 도발씩이나 하겠냐"며 웃었다.

 

봉 감독은 전작들과 달리 '기생충'이 세계적인 조명을 받은 이유에 대해 "이번 이야기는 동시대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인 데다,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 나게 표현한,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의 영화여서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한 뒤 "저로선 영광이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고생했을 테니 쉬어라, 다만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 기다리니까 조금만 쉬고 다시 일하라'고 편지를 보내주셨다. 감사하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20일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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