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SBS뉴스 화면 캡처]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한동안 뉴스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위험한 외주화” 문제가 지난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 이송 컨테이너 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등장했다. 

문득 2년전인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19살 정비공이 숨진 사고가 생각났다. 그때 이미 언론과 전문가들이 “외주화”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서로 입장차이만 핏대 높여 떠들다가 대책 없이 흐지부지 되었었다. 미뤄놓았던 문제풀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8년을 마감하는 일주일전까지 관련부처와 정치인들까지 계속 대책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필요한 정책을 통과시키는 시간에 비하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듯하다.

우리 사회는 관계와 관계로 이루어져있다. 구조상 수많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데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명분이든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원청 입장에서 위험하고 힘든 일이 하청의 몫이 된다. 그 결과 원청 노동자들에 비해 하청노동자들이 안전사고 등으로 숨질 위험성에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작업을 하는 것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똑같다. 결국 정규직도 위험에 노출되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원청과 하청 문제의 본질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고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얼마나 소홀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는데 인건비 절감을 추구한 업체가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스크루지의 인색함을 적용하고, 노동자 안전교육에 무관심으로 일관한 덕에 무서운 결과물로 되돌아온 것이다. 결국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쳐 놓은 분업화의 역풍을 맞은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청이라 하더라도 개선사항을 원청에 다이렉트로 요구할 수 있는 관계 구축, 위험한 상황에 노동자들을 노출시키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원청의 꾸준한 기술 개발과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양쪽 모두의 투명한 투자와 경영이 필요하다.  

 
정규직만 있는 사회, 원청만 있는 파라다이스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그렇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사이의 구분이 없는 사회구조는 차차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일하다 죽을 가능성”이 그 구분의 기준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원청과 하청….그리고 또 그 하청의 하청들. 

제각기 부지런히 살고 있는 그들의 입장은 다 있을 테지만 서로 이익을 보장 해 주는 꿈 같은 개선안이 어디선가 해성처럼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격파하며 마치 기계가 위험업무로부터 인간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었다. 하지만 현실 적으로는 이번 문제의 해답이 “위험 업무의 무인화”가 아니 듯 위험한 외주화 관련 업무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재확인의 시간이 돌아왔다고 볼 수 있겠다. 

세계적으로 성질이 급한 우리 국민성. 일단 문제가 터지면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것에 거의 혈안이 되어 후다닥 책임 추궁을 결론으로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국민 대다수가 옛날부터 사용했던 연탄이 현재 심각하게 문제화 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원인이란 듯이 관련부처에서 내 놓은 대책이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2년사이 연탄 값을 40%나 올리는 얼토당토않은 대책이라는 보도를 보고 솔직히 실소가 터졌다.

 

그것이 대책이라면 그렇다 할 수 있겠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이미 예고된 문제였다. 그 동안 문제 해결책 마련을 미루고, 원인을 알고 있어도 정면 승부를 피하고, 대안 마련에 책임회피를 해오다가 결국엔 요즘 대부분 저소득층에서나 사용하는 연탄 값을 껑충 올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싶었다. 연탄도 비싸 맘껏 태울 수 없는 그들의 체감 온도를 훅 떨어트리는 소식이었다.

 

이처럼 불똥이 너무 엉뚱한 곳으로 튀지 않도록 사안에 따라서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임기웅변성의 해결책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오랜 시간 거듭 생각하고 멀리 앞을 내다 보며 차근차근 묘책을 찾아봐 주길… 수장의 정당한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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