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미국 재계 주인공 (1)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⑩-끝
21세기 리더십은 극한과 극한 속에서 결정 내려야
삼성, 반도체 사업 통해 상시적 위기를 기회로 실현
2020년대는 전 산업의 패러다임이 실시간으로 변화
80년 삼성 역사 속 가장 큰 혼돈 속에 리더로 등극
부담 떨치고, 삼성의 미래 어떻게 그려나갈지 주목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 ‘릴루미노’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릴루미노’는 VR(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 시각 보조 솔루션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 ‘릴루미노’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릴루미노’는 VR(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 시각 보조 솔루션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2020년대 기업의 리더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일하는 환경이 소풍(농경시대 및 산업화 시대)을 가는 때라면, 도시락을 잃어버려도 된다. 매장에서 사오면 되니까.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경영환경은 에베레스트를 올라가거나 남극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폭풍이 불어 닥치는데 전진할지, 후퇴를 할지, 그 자리에서 텐트를 칠지를 잘못 결정하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1세기 들어 기업의 생존은 극한과 극한을 달리기 때문에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21세기의 또 다른 화두 가운데 하나는 두뇌전쟁, 인재전쟁이다. 땅이 좁고 넓고, 지하자원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두뇌자원이 가장 중요하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총칼이 아닌 사람의 머리로 싸우는 두뇌전쟁 시대에는 뛰어난 인재가 국가의 흥망성사를 좌우한다”고 했다.

국가의 국민마다 고유의 기질이 있다고 한다. 중국 사람은 농부 기질로 씨 뿌린 뒤 만만디 기다린다. 일본 국민은 어부 기질로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집단주의 기질을 보인다.

한국 국민은 사냥꾼 기질로 100명이 사냥을 나가지만 목표물이 보이면 한 사람만 쏜다. 집단주의 같으면서 개인주의이며, 개인주의 같으면서 집단주의다. 이 기질이 IT(정보기술) 산업에 딱 적합하다. 그래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잭 웰치는 이러한 한국을 일컬어 ‘21세기 징기스칸’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 특히 삼성전자는 이러한 시대 변화와 국민 기질이 결합해 태어나고 성장한 기업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신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공황)에 따른 글로벌 산업의 셧 다운 속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네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이다. 같은 반도체가 나중에 개발되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다. 먼저 개발해 60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1년 후 개발하면 1달러50센트밖에 못 받는다. 또한 기술혁신이 계속 일어난다. 반도체 산업에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1년6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는 배로 늘어나고, 가격은 30%씩 떨어진다는 원리를 말한다. 또한 반도체 제조에 중요한 회로선폭의 경우 절반으로 줄어들면 같은 크기의 집적도는 네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기존 생산설비는 사용할 수 없어 3년이면 감가상각이 끝난다.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번째 반도체는 투자직접 산업이다. 12라인 건설에 3조원이 투자되었다. 갈수록 돈이 많이 든다. 라인에 들어가는 장비, 스캐너라는 장비가 과거 수 십만 달러에서 수 백만 달러로 오르더니 최근에는 수 천만 달러까지 올랐다. 현재는 더욱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재투자에 쓰인다.

세 번째는 첨단기술의 집약산업이다. 전기전자에서 하는 것 같지만 물리·화학·재료·컴퓨터·수학·금속·기계 등의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네 번째는 고청정산업이다. 머리카락 굵기는 100마이크론이다. 현재 알려진 나노는 마이크론의 1000분의 1이다. 따라서 현재 회로선폭이 0.1마이크론, 즉 100나노라면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굵기에 불과하다. 올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상용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 과정에 먼지나 불순물이 떨어지면 쇼트가 일어난다. 생산 장치를 못 쓴다. 생산라인 내에 먼지가 얼마나 없어야 하냐하면 1입방피트 내에 먼지가 제로거나 1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율이 나온다. 여자는 화장을 못한다. 화장 안한 미녀는 반도체 공장 여직원을 말하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면 원칙적으로 못 들어온다. 입에서 먼지가 나온다. 정 피우면 1시간 동안 못 들어오거나 물병 가득 물을 마시고 들어와야 한다.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바위로 계란치기 수준의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한 두푼 투자하는 게 아니라 삼성그룹이 망하느냐 마느냐 정도의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기술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인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스피드다. 한 달만 늦어도 막대한 돈이 왕창 날아갈 만큼 스피드 한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종사자들은 상시적인 위기의식 속에 산다. 한순간만 놓치면 반도체사업은 물론 삼성그룹 전체가 망한다.

반도체를 사례로 들었지만, 지금은 모든 산업이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산업도 반도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서비스업 구분 없이 모든 산업에서는 도전적이고, 위험적이고, 초격차 기술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빠르게 구현해야 한다.

이런 사업을 리더가 한 번 이라도 잘못되거나 뒤늦은 판단을 하면 그 기업은 하루 만에 망할 수 있다. 그러면서 리더는 모든 산업을 융합하는 조율 능력도 갖춰야 한다.

삼성에는 세계 최고의 전문 경영인들이 리더로 있으며,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을 전체에서 바라보고 조율하는 리더 위의 리더가 있다. 과거에는 이병철 창업주였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뒤를 이었다. 이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어찌보면 이재용 부회장은 80여년 삼성그룹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큰 짐을 안고 리더의 역할을 시작했다. 글로벌 초유량 기업을 넘어 ‘뉴 삼성’이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 전 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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