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화솔루션 사장 승진‧대표이사 내정, 부사장 된지 1년 안돼
내년 김승연 회장 취임 40년, 코로나19 확산 속 변화 필요성
경영권 계승 위한 마지막 관문, CEO로서의 역량 입증해야
능력 우선 직급 파괴해 조직에 활력 부여…40대 여성 대표 발탁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사진=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사진=한화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네오 한화’를 앞세운 한화그룹 경영진의 세대 교체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8일 김동관 사장을 비롯한 10개 계열사 사장 내정자 인사를 발표했다. 통상 한화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12월경 진행해왔던 점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빠른 것이고, 재계를 통털어도 2021년 조직개편 및 사장단 인사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김동관 대표는 올해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이 출범하며 부사장을 맡은지 1년도 안돼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일찌감치 2021년을 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으며, 그 중심에는 김동관 대표가 있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내년이면 김승연 회장이 총수에 오른지 40년이 된다. 창업주가 아닌 재계 2세가 이렇게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 것은 김승연 회장이 유일하다. 부친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김승연 회장이 받았을 부담은 컸을 수밖에 없다.

이미 김승연 회장은 수년 전부터 현장에서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는 것을 최소화해왔고, 대신 김동관 사장이 공식행사에 모습을 나타내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이미 한화그룹 내부적으로 경영승계 작업이 추진되어 왔으며, 이번 김동관 대표의 사장 승진은 향후 이어질 계획의 첫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관 대표는 1983년생으로 올해로 37세다. 다른 기업 오너 3~4세들에 비해서도 젊은 측에에 속한다. 하지만, 이 점이 현재로서는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기존 산업의 위축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하는 신기술의 도입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2020년대에 출현할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래를 책임질 젊은 CEO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재계에서도 구광모 ㈜LG 대표를 시작으로 신세대 총수가 추진하는 경영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다. 경험은 짧지만, 지난 10년간 김동관 대표는 적어도 한화의 미래 준비작업에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날 한화그룹이 밝힌 김동관 대표의 승진 배경에도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방점을 찍었다.

경력의 대부분을 영업과 마케팅 등 현장에서 보낸 것도 주목해 볼만하다. 그룹 회장실 차장, 한화솔라원 기획·영업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영업실장을 거쳐 올해 초부터 ㈜한화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겸직해왔다.

김동관 대표가 태양광 사업을 처음 맡았을 당시에는 한화그룹의 사정이 좋지 못했다. 김승연 회장이 실패해도 문제가 없는, 상대적으로 편한 사업을 맡겼다는 의심도 했으나 김동관 대표는 전문경영인, 임직원들과 직접 영업 현장을 다니며 고객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또한 다보스포럼 등의 국제행사에 참석해 한화그룹의 얼굴 마담을 자처하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외연을 넓히는 데에도 일조했다.

사업 책임자로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김동관 대표는 CEO로서 첫발을 내딛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최종 모의시험에 들어갔다. 사업만을 담당했을 때에는 그 사업만 성공시키면 되므로, 앞만 보고 뛰면 된다. 하지만 경영을 담당했을 때에는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사업 부문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비사업 부문도 챙겨야 한다. 김동관 대표가 자신이 성장해온 한화솔루션에서 CEO를 시작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에 이어 한화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로 이동해 그룹 전반을 보는 눈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그룹 경영권 승계 1순위 임을 분명히 한 그는 마지막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한편,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김동관 대표 승진을 포함해 40대 여성 대표이사를 사상 처음으로 발탁하며 변화와 혁신을 본격화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 CEO 평균 연령은 55.7세에서 이전(58.1세)보다 2세 이상 낮아졌다.

한화역사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기획부문장이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인물이다. 한화그룹의 첫 여성 CEO이자. 1978년생으로, 상무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를 맡는다.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이사에는 김맹윤(56)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유럽사업부문장이 내정됐다. ㈜한화 방산 부문 대표이사에는 김승모(53) 부사장이 승진했다.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는 옥경석(62) ㈜한화 화학·방산 및 기계부문 대표이사가 겸직한다. 옥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계 사업 전반을 맡아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한화디펜스에는 손재일(55) ㈜한화/지원부문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종합화학에서는 박흥권(49) ㈜한화 전략실장이 사업부문, 박승덕(50) 한화솔루션 사업전략실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됐다.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김종서(53)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는다.

한화에스테이트는 이강만(56)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하는 가운데 내년도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표이사 인사를 일찍 실시했다”며, “나이·연차와 상관없이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대표이사를 과감히 발탁해 전면 배치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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