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면서 두둑한 성과급을 챙긴데다 희망퇴직자 중에는 은행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은 직원도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대 시중은행 직원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1억550만원으로 집계됐다. 4대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는 2019년 9550만원에서 2020년 9800만원으로 2.6% 올랐고, 지난해에는 무려 7.6%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억1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억700만원), 하나은행(1억600만원), 우리은행(97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증가 폭 기준으로는 신한은행이 11.5%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7.7%), 하나은행(9.3%), 우리은행(2.1%) 순이었다.
이처럼 은행 직원들의 연봉이 크게 뛴 이유는 이들 4대 은행 모두 지난해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5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2조4948억원으로 20% 늘었으며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2조5757억원으로 27.2%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전년보다 74.0% 늘어난 2조3851억원이었다. 이 같은 역대급 이익에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은행권의 가산금리가 대폭 오른 영향이 컸다.
각 은행에서 '연봉 톱5'에 이름을 올린 직원들은 대부분 희망퇴직을 신청해 은행을 떠난 사람이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희망퇴직자가 은행장보다도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상위 5명은 모두 희망퇴직자들이었다. 이들은 퇴직금을 포함해 8억3200만∼8억7600만원을 받았다. 8억2500만원을 받은 진옥동 행장보다 많은 금액을 수령했다.
우리은행도 권광석 행장(9억4000만원)을 제외한 연봉 상위 4명이 모두 희망퇴직자였는데, 이들 모두 부장대우급으로 최저 7억9700만원에서 최고 8억3900만원을 받았다.
하나은행의 상위 5위도 모두 관리자와 책임자급 희망퇴직자들이었다. 이들 5명의 지난해 보수는 7억5100만∼8억500만원으로, 5억3400만원을 받은 박성호 행장을 뛰어넘었다. 다만 박 행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해 상여금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영향도 반영됐다.
KB국민은행은 15억6400만원을 받은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전 KB국민은행장)을 뺀 4명 중 두 명이 희망퇴직자였다. 일반 퇴직자 한 명은 10억4100만원을 수령했고, 희망퇴직자인 두 명은 8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