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서 ‘구영춘’ 연기
김남길과 20분간의 숨 막히는 대면 장면 보여줘
권일용 교수, 현장 참관하며 실제 면담 기반해 조언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사이코패스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 악을 쫓기 위해 악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간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이다. 그만큼 범죄자와 프로파일러의 대면 장면은 이 드라마에 있어서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월 26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연출 박보람/제작 스튜디오S)에서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구영춘(한준우 분)과 범죄행동분석팀의 대면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괴물 같은 몰입도를 보여줬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초반 ‘송하영’(김남길 분)과 ‘국영수’(진선규 분)가 함께 ‘구영춘’과 마주한 장면, 이후 ‘송하영’과 ‘구영춘’의 1대1 대면까지. 무려 20분에 달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대사,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박보람 감독의 과감하고 섬세한 연출이 어우러져 역대급 몰입도를 선사했다. 극을 완성한 장본인이자 실존 사이코패스 범죄자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구영춘'을 연기한 배우 한준우는 기자와 진행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이 강력한 장면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권일용 교수님께서 현장에 직접 오셔서 연기하는 모습을 참관하시며 예전의 기억이 순간순간 떠오르시는 것 같았어요. 실제 면담의 기억에 기반해서 ‘이 상황에서 이 말을 대사로 추가하면 어떻겠냐’며 중간중간 대본에는 없는 대사를 제안하시기도 했고요. 그럴 때면 저는 교수님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역 프로파일러로서 사이코패스를 대면하던 당시로 돌아가 실제 상황에 놓여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연습하고 준비하지 않은 대사와 상황이었지만 교수님이 즉흥적으로 표현했던 경험 때문에 더 깊이 '구영춘'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메이킹 필름. 사진=SBS 제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메이킹 필름. 사진=SBS 제공

권일용 교수는 대본리딩부터 중요한 장면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촬영 현장을 찾았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로서 과거 본인이 직접 경험한 상황들이 극에 녹아 있는 만큼, 권일용 교수의 섬세하고 꼼꼼한 조언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대본상 해당 장면의 분량은 무려 8페이지에 달했다. 그만큼 인물들의 대사, 표정, 제스처, 감정선, 소품, 주변 상황 등까지 꼼꼼하게 구성됐다. 연출자 박보람 감독은 힘 있는 완급조절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촘촘한 대본, 힘 있는 완급조절, 배우들의 강력한 열연, 권일용 교수의 섬세한 설명이 더해져 20분 길이의 '대면 명장면'이 만들어졌다.

한준우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합류한 후부터 모든 촬영을 마쳤을 때까지의 3~4개월간 '구영춘'의 면담 장면만을 위해 준비했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시간이 그에겐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한준우가 '구영춘'으로 파고들어 진정한 인물이 되는 건 결국 연기자로서의 영역이다. 그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구영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고만장한 태도로 자신의 범죄 행위가 정당하다는 ‘구영춘’의 말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송하영'과 그의 숨통을 조여가는 심리 압박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부른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스틸. 사진=SBS 제공

"'송하영'과의 긴 면담 장면은 그 시간이 쌓여 인물을 섬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송하영'과 면담하는 순간을 향해 그 수많은 시간을 달려온 것이었으니까요. 대본을 보고 또 보고 계속 고민하면서, 촬영이 진행될수록 현장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을 데이터베이스로 쌓았어요. 가장 정확하게,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을 끊임없이 찾으려 노력했고,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의 선택에 대해 확신을 다지면서도 언제든 무너지고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놓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개방적 사고로 여유를 유지하면서 인물에 대한 선입견에 갇히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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