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가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2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2022 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미래를 개척하는 한민족 DNA’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울와이어가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제2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2022 SWIF·SeoulWire Innovation Forum)’에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미래를 개척하는 한민족 DNA’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의 시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재정이 바닥난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인플레이션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국가가 빚을 내 경제를 떠받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률을 지탱했지만 이제  재정주도 경제는 설 자리를 잃었다. 그렇다면 누가 경제를 견인해야 하는가.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전쟁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더 키웠다. 나라와 중소기업, 서민은 가난해졌지만 유동성의 홍수가 밀어올린 자산 버블 속에서 자본가와 글로벌 IT대기업, 금융.증권사들은 기업가치가 극대화하고 전대미문의 실적잔치를 벌였다. 이젠 기업이 정부 대신 고용과 투자의 바통터치를 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그룹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1000조원에 달하는 통 큰 국내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한 결단이다. 기업 친화를 표방한 새 정권이 들어서자 반대급부를 노리고 아부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그러면 어떠랴. 뇌물은 범죄이지만 투자는 국리민복이다.

하지만 투자환경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기업들이 계획한 투자를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곡물  가격 폭등이 몰고온 인플레이션, 미국의 스피드 긴축, 신냉전 격화와  미중 패권갈등, 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진전 등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불투명성을 한껏 키우고 있다.

이런 대변혁의 전환기에서 종합인터넷매체인 서울와이어는 26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CEO의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제2회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동시다발적인 악재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CEO들에게 길을 밝히는 등대가 되자는 취지였다.

기조강연을 맡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지금 우리나라와 기업이 처한 상황을 일찌기 접하지 못했던 최악의 다층 위기로  규정했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글로벌 경제가 활황이어서 극복이 가능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세계경제는 죽을 쑤고 있었지만 우리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했기에 문제없이 넘어갈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환경이나 국내 상황이 동시에 나빠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외환위기를 비롯한 여려차례 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책반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막대한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새로운 먹거리의 미비 등으로 성장의  모멘텀이 꺾였다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평생을 국가의 성공방정식에 천착해온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어느결에 정부도 정치권도 국가 존립의 기본인  성장의  중요성을 간과해 지난 30년간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복지 증진의 토대와 위기 극복의 내성을 잠식했다는 점을 뼈아파했다.

'포노사피엔스'의 저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디지털 문명이 이미 '뉴노멀'이 된지 오래인데 아직도 과거의 추격과 복제 경제, 아날로그적 관성에 갇혀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시대착오를 질타했다.

국가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진단은 세 강연자가 다 달랐지만 식어버린 경제성장의 심장을 다시 뛰게할 처방은 비슷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 혁파로 글로벌 무대를 휘어잡을 수 있는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태유 교수는 국가의 의사결정자들이 기업과 기술이 국력이라는 사실을 새기고 인재양성과 고용 유연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붕 교수는 뉴노멀이 된 디지털문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실력과  기초를 세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메타버스 신세계에 올라타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서울와이어 포럼은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안보, 삶의 평화, 복지, 인프라의 원천은 기업 경쟁력임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이 G7 국가의 대접을 받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게 한 힘은 바로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존재였다. 그러니까 반도체와 배터리, TV, 조선, 자동차 등의 경쟁력이 곧 안보요  경제인 것이다.

이들 기업이 신바람나게 뛸 수 있는 토대와 환경을 만들어야하는 것은 국가와 정치의 당연한 책무다. 혁신의 문을 열면 과도한 규제가 문어발처럼 달라붙고, 당국과 정치권의 갑질이라는 모래주머니를 줄줄이 매단 채 기업들이 글로벌 전쟁터로 나아가 제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이 다시 뛸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겠다고 누누이 다짐했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도 번드레하게 규제혁파를 부르짖었으나 실적은 허망했다. 기득권, 관료주의, 집단이기주의를 뚫겠다는 결기가 없었다.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래서야 어떻게 1%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건가.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국이 되었다고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국가도 국민의 삶도 결국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실현한 유일한 국가다. 왜 국민소득 7만달러 8만달러 선진국을 꿈으로만 간직해야 하는가.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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