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취약계층 소외도 늘어나
은행 점포 축소 가속화 등 접근성↓
모바일 금융사기 피해 가능성 높아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금융권은 전례없는 언택트 금융시대를 열었다. 비대면 거래 확대, 모바일 뱅킹 채널 확산, 점포 효율화 등 전통적인 금융 거래 방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 빅테크 기업도 금융업에 안착하면서 소비자들은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생활의 편리함을 얻게 됐다. 이후 우리 사회의 몫으로는 안전한 금융 환경 조성과 감독, 내부통제와 금융소외계층 보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남았다. 앞으로 금융권이 가야할 바른 길과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2016년 말 7101개였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094개로 1007개(14%)가 폐쇄됐다. 사진=서울와이어DB
2016년 말 7101개였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094개로 1007개(14%)가 폐쇄됐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몸살을 앓는 동안, 금융권의 비대면거래 확대, 인터넷·모바일 뱅킹 채널 확산, 점포 효율화 등 혁신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빠른 속도만큼 금융 취약계층의 소외도 빠르게 늘었다. 

이 같은 디지털 혁신이 이끈 변화는 코로나가 진정된다고 해서 다시 되돌아갈 움직임이 아니건만, 정부도 금융권도 금융소외 해결엔 여전히 소극적이다.

◆은행 점포 축소 가속화, 고령층 소외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인한 고령층, 장애인, 농·어촌과 같은 금융취약계층의 소외문제는 늘 지적돼 왔다. 비대면 확산으로 인한 은행들의 점포 축소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은행들은 매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도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점포를 없애고 있다. 

2016년 말 7101개였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094개로 1007개(14%)가 폐쇄됐다. 같은 기간 4만3710개였던 은행권 ATM은 3만2352개로 1만1358개(26%)가 사라졌다. 은행이 아예 없는 동네도 있다. 거동이 힘든 고령층이나 장애인들, 운전 면허나 자가용이 없는 취약 계층은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조차 힘든 것이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치 않은 65세 이상 고령층은 사실상 혜택 등의 부문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를 할 경우 우대금리·수수료 등 금전적 혜택을 제공한다. 은행들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영업시간 내 ATM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지만, ATM 자체도 빠르게 사라지는 마당에 고령층의 불편이 해소될 리가 만무하다.

은행들은 키오스크나 해외에서 도입한 혁신점포, 공동점포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결책들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로 시범운영적 성격에 불과해 금융 정보 격차를 줄이는데 효과적일지 알 수 없는데다,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지도 미지수다.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무턱대고 점포를 늘리라거나 앱을 만들어보라는 식의 권고는 은행들조차 수긍하기 어렵다. 은행에 떠넘기기식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정부가 나서서 고안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은행연합회는 은행 점포 폐쇄 결정 전 사전 영향 평가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개정한 바 있다. 점포 신설·폐쇄 정보를 매년 경영 공시 사항으로 신설해 시장 규율 기능을 강화하고, 점포를 줄일 경우 지역재투자 평가에서 감점을 부과한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비대면 강세 속에서 적자를 내는 은행 점포 줄이기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영의 효율성과 이용자의 금융접근성을 모두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 정부기관을 사칭한 불법 대출 문자와 보이스피싱 문자가 급증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지난 2년간 ‘코로나19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 정부기관을 사칭한 불법 대출 문자와 보이스피싱 문자가 급증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소외계층, 금융사기 피해 가능성도 커져

금융소외계층은 대출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져 예전처럼 어눌한 말투의 조선족이 금융기관을 사칭하지 않는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 정부기관을 사칭한 불법 대출 문자와 보이스피싱 문자가 급증했다. 

앱 설치를 권유하고 신분증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식이었다. 비대면과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계층이 금융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도 금융권과 보이스피싱 공동대응에 나선다. 금융권도 취약계층을 위한 피해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은행들은 농촌 및 고령층 등을 상대로 키오스크나 해외에서 도입한 혁신점포, 공동점포 등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이 보편화 되면서 스마트폰이 어려웠던 중·장년층도 차츰 스마트폰 거래가 익숙해지고, 지점 방문을 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령층, 장애인, 농·어촌과 같은 실제 금융취약계층의 소외 문제는 여전하다. 

힘들게 걸어온 포스트코로나의 길이 헛되지 않으려면 특정 구성원만 편리하거나 혜택을 보는 사회가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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