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망퇴직자 수천명이 1인당 수억원대 퇴직금을 챙긴 것을 두고 누리꾼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망퇴직자 수천명이 1인당 수억원대 퇴직금을 챙긴 것을 두고 누리꾼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서영백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의 ‘성과급 잔치’ 논란은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바로 ‘은행의 공공성’과 ‘관치(官治)’에 대한 논란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 수장에 이어 정치권까지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와중에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공공재를 강조하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질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은행의 공공재 논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계속 불거진 사안이다. 모두 금융업의 위기로 인해 정부의 구제금융이 투입된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사는 국민의 ‘혈세’로 살아남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실 경영 등으로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만큼 강력한 정부 통제가 따랐음은 물론이다.

이번 논란은 코로나 위기 이후 급증한 대출, 금리 상승기에 커진 예대 금리차 등으로 지난해 기준 금융지주의 수익이 사상 최대를 달성하면서 초래된 부분이 크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소득 대비 대출액 비중이 높은 30·40대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은 어려운데,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은행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통신·철도·의료 등 공공재 논란이 불거진 사안들은 많았다. 그렇다면 시중은행이 사유재인가 아니면 공공재인가. 윤 대통령과 여당, 당국은 주요 금융회사를 공공재로 규정했다. 하지만 공공재가 무엇이고 은행이 과연 공공재인가 하는 질문은 전문가에게도 어려운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이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를 향해서는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 당국은 지배구조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자연스레  ‘관치금융’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윤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사외이사제도 개편 등 지배구조 선진화 등을 밀어붙이고 있는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는 공공성을 앞세운 관치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민간기업이 장사를 잘했으면 성과급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은행은 돈을 못 벌어도 욕을 먹고,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고객들의 예·적금으로 이자장사를 했다는 죄로 ‘공공의 적’이 되기 일쑤다. 은행들에게는 악몽인 ‘관치’가 툭하면 거론되는 이유다.

이익을 내 어떤 상황에서도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으로서의 은행 성격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은행이 수익성에만 몰두해 고통 분담 등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도 곤란하다.

2012년 4월 차기 회장으로 결정된 김정태 하나은행장에게 책임을 맡기고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발언은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회장은 떠나는 자리에서 “금융산업이라는 게 화폐라고 하는 공공재를 대상으로 하니까 공익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면서 “공익적인 마인드를 갖고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과급 논란을 보며 시중은행들을 '사회악'으로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 원인과 배경을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요구하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의 균형잡힌 시선이 절실하다. 

서영백 금융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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