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통화론자로 유명한 밀턴 프리드만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통화 현상이다. 돈을 많이 푸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일자리 투사로 변신했다. 고용시장 구제를 위해 양적완화(QE, 채권 매입으로 본원통화 증가)로 천문학적 돈이 풀렸고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9조달러(8조9700억달러) 가까이로 비대해졌다. 두둑해진 미국 소비자의 주머니가 공급측 요인과 결부돼 지난해 41년 만의 초(超)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양적완화에서 양적긴축으로 급선회했으나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렸고 6월부터 양적긴축(QT, 채권 매각으로 본원통화 환수)을 단행하고 있다.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자산 항목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자산 항목의 국채와 기타 증권(모기지증권 등)을 매각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양적완화로 사들였던 자산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모두를 재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 혹은 국채를 사들였던 원금의 일부만 국채에 재투자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수 있다. 2월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8조4400억달러 수준이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통화는 일차적으로 중앙은행의 창구를 통해 공급되고 이를 본원통화(RB; Reserve Base)라 한다. 본원통화는 위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부채 항목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보유현금과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의 합계다. 민간에 공급된 자금은 상당부분이 금융기관에 예금 등으로 다시 유입된다. 금융기관은 이 가운데 필요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또다시 민간에 공급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돼 금융기관은 본원통화의 여러 배(통화승수)에 해당되는 파생통화를 시중에 공급한다.

통화량은 통화승수와 본원통화의 곱으로 계산할 수 있다. 통화량 지표 중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M2(총통화량)인데,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전년 대비 감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1959년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다. 12월 M2 공급량이 전년 대비 1.3%(3000억달러 수준) 감소했다. 2021년 2월 정점이었던 27%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지난 63년 동안 M2는 연평균 7.1% 증가했다. 통화량 지표에서 M1은 현금외에 즉시 현금이 될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을 포함하고 M2는 M1에 저축성 예금과 MMF를 더한 것이다. MMF는 전통적인 예금은 아니지만 가입 고객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므로 통화량 지표에 넣는다.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에도 대출이 증가한 기현상

M2 증감과 인플레이션 증감 사이에 항상 1:1의 비례관계가 성립할까. 꼭 그렇지는 않지만 M2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M2의 감소에서 대출과의 연관성을 분명히 따져 봐야 한다. QT와 은행이 보유한 채권 매각은 M2 감소 요인이다. 문제는 금리인상에도 대출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출에 의해 M2 증가 요인이 발생했으나 대출감소 요인을 압도하지 못했기에 M2가 감소한 것으로 보는 게 정확히 맞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 금리도 올리고 양적긴축도 단행해 차입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출이 왜 증가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대출증가로 M2 감소가 연준이 원한 만큼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증가 덕분이었을까.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2.9%)에서 소비가 기여한 부분은 0.97%포인트였다. 4분기 GDP에서 소비가 기여한 부분은 3.29%포인트로 3배 이상 늘었다. 소비가 늘어난 것은 M2 변화 중에서 대출 부분이 빠르게 증가한 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M2의 연도별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이사회 
미국 M2의 연도별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이사회 
미국의 상업 및 기업 대출의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미국의 상업 및 기업 대출의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지금으로서는 변동성이 확대되긴 했으나 달러 유동성은 아직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앞으로 유동성 상황 악화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경제와 상황 변화에 맞춰 세부사항을 조정할 것이다.

2017~2019년 단행된 양적긴축을 고려하면 어떨까. 은행 지급준비금 감소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1월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 모두 높게 나온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정책에 관심이 더욱 쏠린다.

아울러 계획대로 양적긴축이 지속될 지도 관측 포인트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연준의 자산 규모는 약 1조5000억달러가 감소해 7조5000억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 1조5000억조달러의 자산 축소는 0.75~1.00%포인트의 금리인상 효과에 해당한다. 미 국채 매각이 시장 불안 없이 소화될지가 중요할 것 같다. 연준이 이런 계획을 제대로 준수하고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잡고 시장안정도 도모해 미국 경제가 순탄하게 연착륙하기를 세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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