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와이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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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민생의 절박함을 강조하며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발언은 시중은행들이 이자 이익으로 올해 3분기까지(1~9월) 30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업계 안팎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장 은행권은 “현장 민심을 전하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예대마진 등에 따른 과도한 지대(이익) 추구 논란이 제기된 은행권의 독과점 문제를 겨냥했다"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8조8052억원)보다 7.4% 늘어난 수치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에다가 금융이 실물경제 회복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인 만큼 은행들로서는 쏠린 눈이 매서울 수밖에 없다.

은행은 기업이기도 하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국가 경제 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이다. 당연히 큰 틀에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고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이자 장사에만 급급한 은행이 글로벌은행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 및 정당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이게 자본주의냐"는 식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약자계층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시장질서에 너무 개입하면 자본주의 기본정신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심각성과 은행의 수익을 연결 짓는 부분은 은행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다. 1년 동안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펼칠 때는 가계부채에 눈을 감고 있다가 이제 와 은행 탓을 하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지적이다.

2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6일까지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조4723원 늘었다. 지난달에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2조4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이같은 증가의 배경에는 정부가 집값 연착륙을 꾀한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을 대거 풀고, 은행 대출금리를 억누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정부로선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일단 막았을지 모르나, 가계부채 위험은 증가시킨 셈이다.

이처럼 정부는 툭하면 은행을 경기부양과 중소기업·서민 대출 확대에 동원하고, 은행들은 정권 코드맞추기에 주력하면서 부실 염려가 있어도 서슴없이 대출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기 회복은 더디고 고금리의 장기화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마저 요동치면서 은행권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경고만 하고 나서서는 곤란하다. 이는 경영간섭이며 관치금융에 불과하다. 은행이 망가지는 것이 금융위기며 이는 경제위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은행도 망한다는 사실을 1998년 외환위기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은행들의 자성도 요구된다. 금융이 창의와 아이디어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함에도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 칸막이 시장에 안주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오늘날 금융은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전통적 기능뿐 아니라 시장 안정과 국민의 재산형성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확대된 역할까지 부여받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서영백 금융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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