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민 기자
서동민 기자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유명인들을 사칭한 광고가 페이스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손석희 전 보도담당 사장이 ‘소숙희’라는 이름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광고가 화제를 모았다. 해당 광고는 손 전 부사장의 영상에 AI 음성을 합성해 만든 것으로, 소위 ‘딥페이크 영상’으로 분류된다. 광고를 클릭하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방법을 알려준다며 불법 리딩방 가입을 유도한다.

유명인 사칭 광고는 지난 수개월간 SNS를 통해 확산됐다. 그 동안 손 전 사장 뿐만 아니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김미경 MKYU 대표, 개그맨 장동민, 유튜버 슈카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사칭 광고의 희생자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대응에 미온적이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10월 “사칭 광고를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자기네들 커뮤니티 규약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무성의한 대응에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은 “유명인사 사칭 광고는 내부 정책 위반으로 엄격히 금지된다”고 부랴부랴 입장을 바꿨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글, 메타와 협력회의를 개최하고 유명인 사칭 광고의 유통방지 및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는 취지에 공감해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적용과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위원회의 자율규제 요청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율규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강력한 법적 규제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타인의 사진을 도용하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사칭을 통해 2차 피해(사기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많은 국회의원들이 사칭 광고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왔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 만료로 법안이 폐기되고, 다음 회기에 또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칭 광고는 딥페이크 기술이 고도화되어 진짜인지 허위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질수록 위험해진다. 유명인들의 명예 훼손에서 끝나지 않고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0일 바이든 대통령이 딥페이크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AI로 만든 콘텐츠에 워터마크(식별표시)를 부착하고 콘텐츠의 출처를 확인하는 등의 규제 표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딥페이크 사칭 광고가 더 이상 범람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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