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민 기자
서동민 기자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게임업계를 강타한 ‘집게 손가락’ 논란이 2차전으로 접어들었다. 스튜디오 뿌리가 이제까지의 입장을 뒤집고, 애니메이터 A씨가 문제의 집게 손가락을 몰래 넣었다는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해서다. 

해당 집게 손가락 모양은 남성의 신체 일부를 조롱하는 뜻을 담은 것으로, 여성우월주의의 상징이다. 넥슨에 공급한 영상에서 이 모양이 발견되자 뿌리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애니메이터 A씨를 작업에서 배제한다는 사과문까지 발표했으나, 이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뿌리는 “해당 장면의 콘티는 남성 애니메이터 B씨가 만들었고 이를 감독이 하나하나 움직임으로 구상한 것”이라며  “A씨가 감독의 의도와 반해 특정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뿌리측은 문제의 집게 손가락이 악의적인 캡처로 만들어진 우연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을 쥐고 펴는 과정에서 비슷한 모양이 나오는 찰나의 순간을 캡처했다는 것이다. 또한 원청사인 넥슨의 압박 때문에 거짓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사과문에 A씨가 퇴사했다는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었지만, A씨는 실제로는 퇴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로 인해 집게 손가락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의도적으로 넣었다’는 이용자들의 주장과 ‘우연의 일치’라는 뿌리의 주장은 완전히 배치된다. 그러나 애니메이터 당사자가 아닌 이상 실제로 어떤 의도였는지 명백히 밝히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비난의 화살이 넥슨에게 돌아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넥슨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뿌리는 잘못한 게 없다면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소비자를 직접 응대해야 하는 B2C 기업인지 원청사만 상대하는 B2B 기업인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B2C 기업으로서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대응했을 뿐이다. 

뿌리는 “넥슨이 악성 유저의 말은 믿고 몇 년간 함께 작업한 우리의 말은 믿지 않았다”고 호소했는데, 명백한 증거도 없이 뿌리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게 과연 잘못인지 의문이다. 

이날 한국게임소비자협회라는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뿌리는 아래로는 성난 여론의 먹이로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위로는 법적 대응을 위시한 넥슨의 압박에 짓눌리는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넥슨 경영진은 이 사태를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후속 조치로 잘못을 수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이에 낀 쪽은 뿌리가 아니라 넥슨이다. 이번 논란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넥슨은 피해자다.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이라고 해서 하청회사에서 벌어진 논란까지 모조리 떠안아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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