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해외 순방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기업이자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생사고락을 쥐락 펴락 하는 ASML과 밀접해지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ASML은 반도체업계에 있어서 ‘슈퍼을’을 넘어 ‘하이퍼을’로 통한다. 반도체 공정 과정 중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과정인 노광(EUV) 장비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대단한 반도체 회사와 인물이 ASML을 찾아와도 장비를 사려면 웨이팅 줄에 서야 한다. 심지어 1년에 50여대 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가격도 대당 2000억원에서 모델에 따라 6000억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물량은 꽤 많다. 현재 ASML 장비는 삼성전자가 40대가량, 삼성전자의 라이벌 TSMC가 100대 이상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ASML의 장비는 반도체 전쟁에 있어서 판세를 바꿀 전략병기와 같다. 현재 3나노미터(10억분의 3m) 대결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이 곧 막이 오를 2나노미터 전투 대비를 위해선 ASML의 장비가 필요하다.
이런 와중 13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ASML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각각 합작해 연구개발(R&D) 센터를 국내에 설립하고 수소가스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1조원이 투입된다. 한국 정부의 광폭 지원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ASML과 직접적인 스킨십이 늘었다는 게 의미가 깊다. 이날 ASML 본사 방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초고도의 보안유지가 필요한 클린룸까지 직관했다. ASML이 타국 지도자에게 클린룸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최초다.
ASML 장비 수급에 애를 먹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협력으로서 ASML과 한 발자국 더 가까운 위치에 있게 됐다. 물론 당장에 장비 수급이 먼저 이뤄진다던가 하는 일은 없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ASML과의 ‘반도체 동맹’이 어떤 방식으로든 효과가 나오리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절실한 노력이 ASML과 맞손을 잡는 ‘신의 한수’로 발현됐다. 인텔과 TSMC를 따라잡을 모멘텀이 일어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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