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이 우량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지분 정리 판단
투자재원 마련 목적… HBM4·첨단 패키징 개발에 박차

삼성전자가 ASML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6조1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삼성전자가 ASML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6조1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지분을 추가 매각하며 갖고 있던 모든 지분을 정리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7000억원을 들여 ASML 지분을 매입했고 차익실현을 통해 총 6조1000억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보유하고 있던 ASML 주식 158만407주(0.4%)를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ASML 지분 약 3%를 70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했고 나머지 지분을 지난해 2분기부터 처리하기 시작해 4분기에 전량 매각했다.

이로 발생된 이익은 총 6조1000억원으로 추산되며 투자원금의 약 8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 

삼성전자가 ASML의 지분을 완전히 정리한 배경엔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마련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ASML이 우량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주식 보유 보다는 매각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으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들어간 투자금만 각각 53조1000억원과 28조3400억원이다. 반도체 불황의 직격타를 맞았지만 연간 최대 수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은 반등할 것으로 보여 투자금은 지난해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D램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상승추세에 있고 무엇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이 일며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ASML 지분 매각으로 마련된 대량의 현금으로 HBM과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투자를 늘려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차세대 HBM인 ‘HBM4’와 첨단 패키징의 개발과 양산에을 통해 엔비디아 등 유력 AI 반도체 제조사와 공급계약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