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 신고·검거 급증…연말 피해 우려 확산
반사회적 대부계약은 무효…원금·이자 상환 의무 없어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연말연시를 앞두고 자금 수요가 늘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노린 악질적인 범죄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모습이다.
26일 금융업권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총 46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폭증했다. 같은 기간 경찰의 특별 단속을 통해 검거된 불법 사금융 사범 역시 4004명(3251건)으로 작년보다 71% 급증했다.
이처럼 불법 사금융이 개인정보·사생활 침해를 동반한 강압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추심 방식이 과거보다 교묘하고 폭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족과 지인을 볼모로 잡는 방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대부업자들은 대출 상담 과정에서 가족이나 직장 동료의 연락처를 미리 확보한 뒤 상환이 지체되면 ‘채무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리겠다’거나 ‘나체 사진·영상을 유포하겠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자들은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부당한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식 계약서 없이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진행되는 일명 ‘카톡 대출’도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점을 악용해 당초 약속보다 높은 이자를 임의로 떼어가거나, 돈을 갚았음에도 ‘받은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식으로 채무자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서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법적 효력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2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을 통해 반사회적 불법 대부 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개정 법에 따르면 성착취·폭행·협박, 연 60% 초과 고금리 등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대해 이자뿐 아니라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 미등록 대부업자와의 계약 역시 약정 이자 역시 전액 무효 처리된다.

악질적인 '지인 추심' 동의 여부도 법적 효력이 없다. 대출 당시 '가족에게 알려도 좋다'는 특약에 서명했더라도 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다.
만약 실제로 지인에게 연락하거나 협박을 했다면 피해자는 해당 통화 내용이나 문자 URL, 캡처본 등 증거를 확보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전화번호 및 SNS 계정 이용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카톡 대출’ 역시 계약서가 없어도 구제받을 수 있다. SNS 대화 내용과 자필 메모, 통화 녹음, 송금 내역(계좌 이체 기록) 등은 민사소송에서 강력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주일 단위의 단기 고금리 대출도 연이율로 환산하면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지킴이’ 사이트의 이자율 계산기를 통해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미 불법업자에게 높은 이자나 원금을 갚아버린 경우에도 구제받을 수 있다. 해당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미 지급한 돈은 ‘부당이득’에 해당해 반환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 불법 추심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정부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 제도’를 대폭 확대 운영 중이다. 국번 없이 1332로 전화하거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무료로 선임된다. 채무자대리인이 선임된 이후부터 추심업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방문할 수 없고, 모든 절차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진행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생활비 부족이나 사업 자금 압박을 틈타 ‘작업 대출’, ‘내구제 대출’ 같은 불법 광고가 대량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출처를 알 수 없는 대출 권유는 즉시 차단하고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즉시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