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중심 확산 중인 건설장비 경쟁 구조
자율화 가속 국면 맞춘 글로벌 기술 재편 흐름
차세대 건설장비 주도권 가르는 기업 전략 단계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두산밥캣이 북미·유럽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의 기술 중심축이 ‘인공지능(AI) 굴삭기’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생산능력 확충과 시장 다변화는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자율화 기술 우위를 확보한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시장 영향력을 넓히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두산밥캣의 전략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올해 3분기 매출 2조1152억원, 영업이익 1336억원을 기록했다. 북미 지역 매출은 달러 기준 17% 증가했다. 상반기 관세 불확실성으로 부진했던 흐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반등이 확인됐다. 북미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판매 흐름이 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두산밥캣의 생산 기반 확충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이 가동되면 북미 생산능력은 약 20% 늘어난다. 관세와 공급망 변수에 따라 기존 공장과의 생산 물량을 조정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두산밥캣은 지난달 독일에 현지 법인을 신설했다. 유럽 내 소형 건설장비 최대 수요처인 독일을 기반으로 판매망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최근 4년간 유럽 매출이 연평균 8% 증가한 만큼 북미 중심 구조를 보완할 ‘제2 성장축’ 확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체코·프랑스 등 기존 생산거점과 영국 등 판매법인을 연계해 유럽 영업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시장의 기술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건설장비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존의 하드웨어·생산성 개선에서 ‘AI 기반 자율화’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장비에 적용하는 실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기술 축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캐터필러가 AI 건설기술 스타트업과 협업해 무인 굴삭기 테스트를 확대하고 있다. 베드락 로보틱스는 최근 캐터필러 장비를 활용해 약 4만9000t의 자재를 자율 운반한 실적을 발표했다. 기존 장비를 소프트웨어로 자율화할 수 있는 기술 구조여서 상용화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높다. 베드락 기술진 대다수가 웨이모 출신이라는 점 역시 기술 축적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캐터필러는 다년간 축적한 장비·현장 데이터와 SW 기술을 결합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안전성과 현장 적합성 검증이 요구되는 만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화 실증 데이터 확보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두산밥캣의 전략에도 직결된다. 자체적으로 ‘Concept X’ 등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장비에는 원격 조정 기능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AI 기반 건설장비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전략적 협업은 아직 제한적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스타트업과 자율화 생태계를 조기 구축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술 전환 속도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자율주행 건설장비 시장 규모가 2030년 94억9000만달러(약 14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완전 자율 굴삭기가 상용 판매된 사례는 없지만 초기시장 선점 여부가 표준 경쟁과 데이터 우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산밥캣의 다음 전략축이 ‘AI 굴삭기’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형 성장은 순조롭지만 글로벌 경쟁의 중심축이 소프트웨어 기반 자율화로 이동하는 만큼 기술 전환의 속도와 범위가 장기 경쟁력에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터필러는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장비 덕분에 자율주행 테스트 기반이 압도적”이라며 “국내 기업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기술 투자와 실증 확대에 집중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자율화는 지반 분석, 환경 인지 등 복합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가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