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후 6건…작년에는 1건에 그쳐
주주 반발·규제 회피하고 ‘경영 효율화’ 기대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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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최근 상장사들이 인적분할을 발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선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고,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법인을 100% 소유하는 형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인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총 6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분할 계획을 철회한 파마리서치와 하나마이크론을 제외하더라도 4곳이 분할 상장 완료하거나 준비 중인 것을 고려해도 작년 같은기간 1건(GS리테일·GS피앤엘) 보다 대폭 늘어난 셈이다

지난 6일 토비스는 이사회를 열고 카지노 디스플레이 사업부문(토비스)와 차량용 전장 디스플레이 사업부문(네오뷰)으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업 부문을 나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차량용 전장 디스플레이 사업을 육성시켜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명 의약품 복제약 부문을 갈라 신설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상장시키고, 삼양홀딩스가 의약바이오사업을 전담하는 삼양바이오팜을 따로 떼어내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시키기도 했다. KPX케미칼은 전자재료사업부문을 KPX일렉트로켐으로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기업분할 방법인 물적분할의 경우 기존주주는 신주를 배정받지 못한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가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반면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주들이 기존 비율대로 자회사의 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기존 소액주주들의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증권가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상법개정을 통해 물적분할 관련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경영진이 지배구조 개편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인적분할이 상대적으로 시장의 벽을 넘기가 수월하고 소액 주주 친화적이다"며 앞으로도 기업분할 형식으로 인적분할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봤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장법인의 인수·합병가액 결정 시 주식 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한 공정가액 적용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 대한 신주 물량 의무 배정 ▲상장법인과 계열사 합병 시 일반 주주의 합병검사인 청구제 도입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 합병·분할에 대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과 합병·분할가액 외부 평가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인적분할시 핵심사업을 떼어내는 결정인 만큼 단기 수급엔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성장 사업 부문이 부각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변경상장된 첫 거래일인 24일 종가는 178만9000원에 마감됐는데 이는 거래가 정지된 지난달 29일 주가 122만1000원 대비 46.51%(56만8000원) 급등했다. 25일에는 162만7000원으로 일단락됐다. 삼양바이오팜은 분할 상장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에 대해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신규 수주 확대 기회를,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독자적인 신약 개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양사 기업가치 재평가가 빠르게 진행되며 주주가치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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