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제품결함 손배소서 무리한 증거개시 제동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한국타이어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제품결함 손해배상 소송에서 절차적 승소를 거뒀다. 원고 측이 기본적인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26조(Rule 26)을 이행하지 않고 무리한 청구를 이어가면서다.(관련 기사: [단독] ‘타이어 폭발로 차량 전복’…한국타이어, 美 제품 결함 손배소 피소)

2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州) 연방지방법원은 원고 에이드리언 켄달(Adrian Kendal)이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 아메리카, 레스슈왑 등을 상대로 제기한 세 건의 강제명령(Motion to Compel) 요청을 모두 기각하며, “기초적 소송 절차조차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출된 부적절한 요구”라고 정리했다. 반면 한국타이어·레스슈왑은 법원 감독 아래 정식 Rule 26 회의(사전 협의 회의) 개최 권한을 일부 인정받으며 향후 소송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사건은 지난해 가을에 벌어졌다. 원고 켄달은 여행 중 레스슈왑 지점에서 한국타이어 제품으로 4개 타이어를 교체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연속적인 파손 사고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사고는 2024년 11월 5일, 두 번째는 다음 날인 11월 6일 발생했다. 특히 두 번째 사고는 차량 전복으로 이어져 원고와 동승 반려견이 부상했다. 그녀는 “한국타이어 아메리카가 제조한 타이어의 중대 결함이 원인”이라 주장하며 총 500만 달러(약 7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및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본안 판단으로 들어가기 전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절차의 기본인 사전 협의 회의를 두고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원고는 “소장이 접수됐고 피고가 서면을 받았으므로 증거개시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피고들은 “사전 협의 회의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며 원고의 조기 요구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법원은 “사전 협의 회의 이전에는 어떤 형태의 증거개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지시간 21일 미국 오리건 연방지방법원은 원고 에이드리언 켄달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증거개시 강제명령 청구 3건을 모두 기각했다. 사진=오리건 연방지방법원
현지시간 21일 미국 오리건 연방지방법원은 원고 에이드리언 켄달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증거개시 강제명령 청구 3건을 모두 기각했다. 사진=오리건 연방지방법원

원고가 제출한 요청서는 사실상 소송의 판도를 가른 요소가 됐다. 원고 측은 피고에게 ▲타이어 생산에 관여한 모든 직원의 정신감정·약물검사 결과 ▲최고경영자(CEO) 및 엔지니어들의 심리검사(살인적·테러 성향 여부 평가) ▲CAD/CAE 개발 소프트웨어 종류 및 테스트 주기 ▲전 세계 소비자 불만·사망 사례 전수 자료 ▲레스슈왑·한국타이어 아메리카 직원들의 ‘가스라이팅·모욕’ 공모 관련 증거 등이다.

법원은 “요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할 뿐 아니라 사건과의 관련성도 매우 낮다”며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26조가 정한 비례성과 관련성 원칙을 완전히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가 주장한 피고 변호사가 보험사를 조종해 원고 소송을 방해했다는 것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음”이라고 판단했다.

기록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측 변호인단은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원고에게 사전 협의 회의를 제안했고, 날짜도 양측 합의로 10월 6일로 정해졌다. 심지어 분쟁을 막기 위해 독립 법정속기사 배석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원고는 회의 직전 이메일을 보내 “당신들이 회의 목적을 교묘히 바꿨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예정 시간에 회의에 접속했지만, 원고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원고의 이 같은 행태에 법원은 “피고(한국타이어 측)들은 반복적으로 선의로 회의를 시도했으며, 원고가 주장하는 ‘조작·가스라이팅’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며, 한국타이어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법원 감독 아래 영상회의 방식의 사전 협의 회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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