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배상판정 ‘무효’ 결론…론스타 측 “더 이상 소송 불가”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외환은행(KEB) 투자로 논란을 빚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받은 중재판정의 집행을 위해 미국 법원에 제기한 집행소송을 전격 자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ICSID 취소위원회가 지난 11월 18일,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1심 중재판정을 무효화한다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조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따르면, 론스타 계열 LSF-KEB홀딩스 SCA는 “ICSID 판정이 무효로 결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 본 소송을 유지할 수 없다”며 자진 소 취하서(Notice of Voluntary Dismissal)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론스타가 2023년 6월 한국 정부에 대한 2억1600만 달러(약 3180억원) 규모의 배상판정을 근거로 미국 법원에 판정 강제집행을 청구한 사건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론스타 측은 자진취하서에서 별다른 조건이나 전제 없이 “이 사건을 더는 유지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앞서 2022년 8월, ICSID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혔다며 2억1600만 달러+이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론스타는 미국 법원에 판정 집행을 요청했고, 이 사건은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등록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같은 해 ICSID에 판정 취소 절차를 청구했고, ICSID 특별위원회는 지난 11월 18일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판정을 무효화했다. 핵심 쟁점은 중재판정부가 제3자 간 ICC 중재판정(하나금융-론스타 간 분쟁)을 대한민국의 책임 판단에 주요 근거로 삼았다는 점으로, 취소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변론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따라 한국 정부는 4000억원에 달하는 배상 부담에서 해방됐고, 론스타의 집행소송도 법적 근거를 상실한 채 스스로 무너졌다.

론스타의 이번 자진 취하는 단순한 일시적 철회가 아니라, 미국 내 강제집행 절차의 종결을 의미한다. 연방법원의 자진 취하서는 다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효력을 갖는다. 미국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피고(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도 원고가 한 차례만 철회할 수 있으며, 이 경우는 사실상 “소송 종료”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미국 내에서 해당 ICSID 판정을 근거로 집행을 재시도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고, 약 13년간 지속된 론스타-한국 정부 간 국제 소송의 실질적 종결을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론스타는 지난 ICSID 판정 취소 직후, 워싱턴 연방법원에 현황보고서를 제출하며 “ICSID 취소위원회의 판정 무효 결정에 따라 본 소송은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ICSID 취소절차는 통상 매우 제한된 사유로만 인정된다. 중재판정부 구성의 하자, 권한 초과, 부패, 절차 위반, 판정 이유의 불비 중 하나 이상이 명백해야만 취소가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그중 “근본적 절차규칙 위반”을 이유로 한국 정부 측 신청만 인용되고, 론스타 측 신청은 모두 기각된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ICSID 취소위원회는 “제3자 간 ICC 판정문을 근거로 한국 정부의 책임을 판단한 점이 중대한 방어권 침해이며, 이는 국제법상 적법절차 위반”이라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한국 정부는 ICSID 절차 내내 “한국은 해당 ICC 중재에 당사자가 아니며, 이에 기반한 판단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ICSID 취소위원회는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이며, 청구액의 약 4.6%에 해당하는 배상 명령 전체를 취소했다. 이로써 정부는 중재비용 약 73억원을 포함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청구를 방어한 셈이 됐다.
다만 론스타는 자진 취하를 하면서도 재중재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실제 론스타 측은 취소 직후 “새로운 중재판정부를 구성해 다시 제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절차 및 비용 측면에서 재중재는 수년 간 소송을 다시 진행해야 하며, 기존 취소 사유가 ‘절차적 하자’였던 만큼 동일한 증거에 기반한 청구가 인정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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