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술협의 후 무단 도입” 주장…가중손해배상·변호사비용 요구

[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한국 기업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각종 비즈니스 소송을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반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 사진=기아
반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 사진=기아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기아가 미국 페론 로보틱스(Perrone Robotics)와 그 계열사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특허침해로 피소됐다. 페론 로보틱스는 기아 뿐만 아니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페론 로보틱스는 기아와 기아 미국 법인을 상대로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관련 5건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페론 로보틱스는 해당 특허 기술들이 기아 차량의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허가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페론 로보틱스 특허들은 일반목적로봇운영체제(GPROS) 기술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허에서는 차량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각종 응용 서비스 모듈 방식으로 구성해 서·구동장치와 독립적으로 동작하도록 하는 GPROS를 청구하고 있다. 

특히 특허는 서로 다른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센서 신호와 액추에이터 제어를 조율하는 스레드 관리 기능을 포함한다. 이런 스레드 기반 아키텍처는 동기·비동기·실시간 처리 문제를 해결하며,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제어 로직 변경도 지원한다.

페론 로보틱스 측에 따르면 특허의 대표적 청구항은 “장애물 회피 서비스를 포함하는 응용 서비스 집합을 관리하는 운영체제”를 갖춘 차량을 규정하고, 이 서비스가 하드웨어 플랫폼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구성 가능함을 명시한다. 즉 기아의 ADAS가 장애물 감지·회피 기능과 각종 안전 시스템을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고 구동하도록 하는 기술이 페론 로보틱스 특허에 포함된 것이다.

현지시간 24일 페론 로보틱스는 기아, 기아 미국 법인을 상대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
현지시간 24일 페론 로보틱스는 기아, 기아 미국 법인을 상대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특허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

페론 로보틱스는 지난 2017년 상반기 기아 측과 열린 기술협의에서 자사 아이디어가 공유된 뒤 무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2017년 6월 현대차·기아 주최 회의에 페론 로보틱스 대리인이 참여해 자율주행 연구용 MAX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설명했으며, 기아 측은 자사 내부 소프트웨어와 비교 검토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아는 페론 로보틱스의 라이선스를 얻는 대신 이 기술을 차량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페론 로보틱스는 기아가 해당 특허를 알고도 2017년 이후 드라이브 와이즈 시스템에서 침해 기술을 사용했으며, 이는 명백한 고의 침해행위라고 비난했다. 소장에는 “페론 로보틱스가 특허를 보유한 기술임을 알면서도 기아가 이를 자사의 차량에 사용하기로 했고, 이는 고의적인 침해”라고 명시했다.

페론 로보틱스 측은 침해 제품 범위로 드라이브 와이즈 ADAS 시스템을 탑재한 모든 차량을 지목했다. 기아 드라이브 와이즈는 상시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차선 중앙 유지, 전방 충돌 방지 등 첨단 운전자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또 기아 차량이 블랙베리 QNX·AUTOSAR 기반 GPROS 등 복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드라이브 와이즈를 운용하며, 이 응용 서비스들이 어떤 모델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페론 로보틱스는 법원에 법정 배상과 함께 고의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청했다. 원고 측은 기아의 침해 행위가 고의적·의도적인 침해로서 고의 침해 판정이 가능하며, 특허침해로 인한 피해액 외에 가중 손해배상, 재판 전·후 이자, 변호사 비용 등을 청구했다. 이 외에도 특허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등 법원의 판결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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