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개시 부당성 두고 지속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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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PedalPoint Holdings LLC, 이하 페달포인트)를 상대로 제출한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청구를 미국 1심 법원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고려아연 자회사인 페달포인트 측이 항소 및 조사중지(motion to stay) 신청에 나설 예정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항소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州)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재닛 A. 바르가스(Jeannette A. Vargas) 연방판사는 영풍이 미국 내에서 확보하고자 하는 증거가 한국 소송에 사용될 외국 절차에 해당하며, 영풍이 그 이해관계자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증거개시를 승인했다.
현재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에서 고려아연 이사회의 거액 투자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영풍 측 주장에 따르면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 2022년 미국 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합리적 근거 없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매입을 승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실제 페달포인트는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4억4200만 달러(약 5800억원)에 이그니오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해당 결정이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입증할 내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영풍은 올해 4월 28일 미국 법원에 미국 연방법 제28편 제1782조(28 U.S.C. §1782)에 따른 증거개시 신청서를 제출했고, 7월 2일 뉴욕 남부지법은 일차적으로 페달포인트에 문서 제출 및 회사 대표자 증언을 요구하는 서면명령 발부를 승인했다. 하지만 당시 개별 임원들에 대한 증거개시는 해당자들의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아 기각됐다.
이에 7월 11일 영풍은 페달포인트의 핵심 임원 함 모씨와 하 모씨의 뉴욕 내 거주 사실을 입증하며 증거개시 대상을 확대 신청했고, 같은 달 16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페달포인트 측은 미국 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8월 7일 증거개시 명령을 취소하고 서면을 철회해달라는 소환장 취소·철회 신청(Motion to Vacate and Quash)을 제출했다. 이들은 영풍의 한국 소송 당사자 자격 상실, 증거사용 목적 부적합, 외국법상 증거수집 우회, 과도한 부담 등을 이유로 들며 §1782 신청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페달포인트 측은 “영풍이 소 제기 후 모든 고려아연 주식을 자회사에 넘겨 현재 주주 지위를 잃었으므로 더 이상 ‘이해관계자’가 아니며, 한국 소송에 활용할 증거라는 ‘외국 절차 활용’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한 영풍 측이 미국에서 증거를 확보하려는 행위는 한국의 증거수집 절차를 회피하려는 시도이며, 요청된 증거의 범위도 과도해 부당한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풍 측 인사가 페달포인트 임원에게 금전적 대가를 제안하며 유리한 증언을 얻으려 시도했다며 “증인 매수”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1월 19일자 결정에서 페달포인트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영풍의 한국 소송상 지위에 대해 올해 3월 7일 보유하던 고려아연 주식을 모두 자회사에 양도했지만, 주식 전자등록부에 실제 이전이 기록된 시점이 3월 14일로 소 제기 후에도 한동안 명의가 유지됐다는 점과 3월 10일 고려아연 주식 10주를 추가 취득해 3월 12일 명의개서를 마친 점을 감안했다. 법원은 “법률상 영풍이 10주 미만으로 보유한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증거개시를 허용하면서 페달포인트 측이 우려한 기밀 유출과 증거 남용 가능성을 감안해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함께 승인했다. 이는 미국 민사소송규칙 26조에 따른 조치로, 제공되는 자료의 사용 범위를 한국의 해당 소송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다. 법원은 “이번에 확보되는 증거에는 기업의 민감한 영업정보 등이 담겨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이번 소송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명령과 함께 법원은 영풍과 페달포인트 측에 일주일 이내에 구체적인 보호명령 조항을 담은 합의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해, 증거개시 과정에서 기밀 유지와 절차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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