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의 봄 ②] 바닥 지났나?… SK하이닉스, 'HBM' 앞세워 상승가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적자폭을 줄이는 등 업황이 다시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관련 업계에선 올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실적 개선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식을줄 모르는 AI 열풍 속 앞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줄줄이 선방한 실적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키운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반도체 업황이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해 조단위 적자를 기록했던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며, SK하이닉스는 AI시장에 부는 훈풍에 올라탔다. 

◆메모리 업황 반등 가시화, 적자 탈출 ‘청신호’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다운 사이클 속 지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5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AI 서버와 모바일향 제품 수요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 Average Selling Price) 상승 등 악화한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된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차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잇따른다. AI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DDR5, HBM 등 고성능 제품의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메모리 반도체 주요 제품의 재고도 지난해와 달리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가격도 지속 상승 중이다. 주력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뛰었고 올해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 시장 선도 주자로 나서는 등 실적 증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의 제품 수요와 AI를 탑재한 온디바이스 등 활용 영역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기대 속 경쟁력 강화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차세대 제품 개발에 역점을 둔 것으로 제품 설계와 소자 연구, 제품 개발 및 양산까지 모두 가능한 'HBM 비즈니스' 조직 신설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HBM 제품 개발 박차, 주도권 사수 목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53%로 1위를 유지하며, 경쟁사들을 제치고 시장을 독식했다.

오픈AI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도 나오는 등 SK하이닉스 이를 기회로 삼아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할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지난 25일 연간 실적 발표 당시 흑자전환 성과 등에 대해서 "장기간 이어져온 다운턴에서도 실적 반등이 본격화됐다"며 “새로운 도약의 시기, 고객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HBM에 대한 투자 기조를 지속해 HBM3E 양산과 HBM4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이끄는 김기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HBM 양산 기반을 구축하며 제품 개발을 진행해 왔다”며 “지속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최근 메모리 업황의 상승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면서 “대형 고객들의 기대 수준에 맞추려면 기술력뿐 아니라 품질 관리와 영업, 마케팅 등의 다양한 요소를 아우른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세계 최고 성능을 갖춘 'HBM3E'를 개발해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 등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수율이 뒷받침돼 공급처를 넓혀간다면 실적 회복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SK하이닉스는 올해 16단 HBM4를 개발하고 2026년부터 양산에 본격 돌입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난제 극복이 중요한 데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HBM에 대해서 만큼은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는 HBM 매출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올해 적자 탈출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K하이닉스는 실적의 추가 개선을 위해 서버와 모바일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데도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