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윤 기자
천성윤 기자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현재 수입차업계에서 최대 화두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쟁이다. 지난해 BMW가 7년 만에 국내 판매량 1위를 탈환하며 오랜만에 재밌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반격에 나선 벤츠와 왕좌에서 방어를 해야 하는 BMW의 올해 활약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다.

포문은 지난 19일 벤츠가 먼저 열었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벤츠는 자사의 최대 볼륨모델 ‘더 뉴 E-클래스’를 공식 출시했다. 신형 차량 외에 눈길을 끈 점은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의 지난해 ‘온라인 판매’ 성공담이었다. 벤츠는 온라인 판매 증대를 승리의 열쇠 중 하나로 생각하는 듯 실적을 꽤 강조했다.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는 한국 소비자에게 생소하다. 자동차는 일단 직접 보고 타봐야 하는 물건이다. 또 자동차는 한국인에게 있어 집에 이어 두번째로 큰 재산이다. 적절한 대접을 받고 구입하는 특별한 느낌을 원한다. 여기에 클릭 몇번으로 구매결정이 나는 온라인 판매는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 구매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재화와 달리 딜러와의 친밀함 또는 인간적 관계가 구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점이다.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차를 구입하고, 작은 출고 선물부터 애프터서비스까지 내 차가 문제가 생겼을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확실한 끈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 한국 소비자다. 한국에선 이것이 딜러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다.

벤츠는 본사의 주도로 직판체제부터 온라인 판매까지 다양한 판매망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전 차종 온라인 판매화를 추진한다. 한국시장 도입도 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소비자는 역시 사람 간 ‘연이 닿는’ 구매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추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벤츠가 천명한 것처럼 대부분의 차량이 온라인 구매로 대체될 때 우려되는 부분은 딜러라는 직업이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문제다. 판매망 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비용 절감이다. 온라인 판매망이 증대 될 수록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도는 줄어들고 이에 딜러의 신규 고용은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다.

벤츠측도 이점을 의식한다. 이날 바이틀 대표는 딜러와의 상생에 대한 질문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혁신적인 차량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도입을 추진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거점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더라도 차에 대한 설명이나 정비 등 오프라인 서비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딜러와 상생관계에 대해 앞으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벤츠 본사측은 딜러사들마다 다른 구매 조건(가격)을 고깝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딜러사를 건너 뛴 직판체제와 온라인 판매를 구축하고, 지난 23일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내 직영 판매점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바이틀 대표의 말처럼 당장 국내 딜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본사의 강력한 의지로 딜러라는 직업의 중요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있다. 자동차 딜러를 꿈꾸는 또는 직업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딜러들에겐 이런 소식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꽤 많은 한국인은 차를 파는건 온라인 시스템이 아니라 딜러라는 인식을 가졌다.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겠지만 벤츠는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하는 높은 이름값의 브랜드인 만큼 딜러와 윈-윈하는 현명한 상생 사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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