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의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 제재로 2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5% 상승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영향 우려가 부각되며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32달러 오른 53.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 제재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이 더해져 원유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제재 영향은 물론 감산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8일 PDVSA를 경제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70억 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PDVSA의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되지만 미국·유럽·카리브 국가들의 기업에게 일정 기간 동안 PDVSA와의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임을 밝혔다. 중남미의 대표적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 공급이 급격히 줄 경우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날 3% 가까이 하락했던 유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반등했다.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경제 버팀목인 석유 산업에 타격을 입혀 퇴진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자 선물시장의 매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일정 기간 동안 PDVSA와의 거래를 인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날 러시아가 감산 속도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올 1월부터 시작한 감산으로는 지속적인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점을 찍은 산유량을 감산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데다 감산에 합의한 산유국들이 결정에 보조를 맞추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문은 공급과잉 해소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며 유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이 국가별 감산 목표를 발표한 18일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53달러대로 전 거래일보다 3% 상승했다. 이후 답보 상태를 보이던 유가는 24일 베네수엘라 정치 불안이라는 상승 재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3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OPEC 정례회의에서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을 포함한 ‘OPEC플러스’는 올 1월부터 6월까지 2018년 10월 산유량을 기준으로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세계 산유량의 약 1%에 불과하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추가 감산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감산 조치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감산에 소극적이던 러시아가 감산 속도를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OPEC플러스의 감산으로 1~6월은 지난해 10월 대비 산유량이 줄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 에너지 연구기관 우드 매킨지는 “OPEC의 감산 조치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3개국의 산유량이 OPEC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이들 국가의 올 1~6월 생산목표는 총 1611만 배럴로 지난해 10월 대비 3% 줄어들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반대로 소폭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OPEC의 맏형 사우디는 배럴당 80달러대의 유가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유가 상승을 위해 이달 말까지 원유 수출규모를 하루 평균 710만 배럴 수준으로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생산량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감산 효과만을 노리는 셈이라며 주요 산유국이 이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한 유가 급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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