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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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박동인 기자] NH투자증권 차기 대표이사로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불거진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간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앞서 NH투자증권의 새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의 의견은 엇갈렸다. 양측은 오랜 기간 농협 내부에서 헌신해온 '농협맨'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정통 '증권맨' 윤병운 NH투자증권 IB사업부 부사장을 두고 입장차이를 노출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와 중간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의 목소리가 갈리면서 자칫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증권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설득에 '갈등보단 화합과 안정'을 추구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이를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임추위는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차기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임하면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앞서 강 회장은 농협 정신을 불어넣고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농협맨’ 유 전 부회장이 증권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이 회장은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하도록 임추위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이 독립 경영을 이어가면서 그룹 통제에서 벗어나자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과 증권 전문가가 회사를 운영해야 NH투자증권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의견이 맞선 것이다.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취임 첫날인 지난 7일에도 이 회장을 만나 NH투자증권이 다른 농협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그간의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유찬형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NH투자증권이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은 분야인 만큼 정통 증권 전문가를 임명해야한다며 증권업 경험이 없는 유 전 부회장의 추천을 거부했다. NH투자증권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에서 농협금융지주로 인수된 이후 꾸준히 독립성을 이어온 데다 외국인 지분율도 17.28%에 달해 정통 '증권맨'이 수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차기 인선에 대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였다. 금융사고를 비롯한 은행, 증권, 캐피탈 등과의 협업 부진으로 인한 폐쇄적인 조직문화 탈피를 주장한 강 회장과 증권업 경험이 없는 후보 추천은 지배구조에 의한 간섭이라는 이 회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양 측의 입장이 계속해서 대립될 경우 자칫 농협이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 같은 갈등에 급기야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NH농협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하는 등 차기 인선에 대한 농협 안팎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내정자. 사진=NH투자증권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내정자. 사진=NH투자증권

하지만 전날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증권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의견을 강 회장이 전격 수용하면서 '농협 사태'는 극적으로 봉합됐다. 갈등의 지속보단 빠른 안정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양측의 기조가 주요했다.

농협 관계자는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두고 강 회장과 이 회장이 건설적인 토론을 나눴다"며 "최종 후보추천 직전까지 두 사람 모두 NH투자증권의 경쟁력과 발전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간의 의견 대립과는 별개로 윤 전 부사장 개인의 능력은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내정자는 이번에 불거진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이견 등 내부 지배구조의 갈등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농협의 지배구조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 은행·증권 등으로 이어져 구조에 의한 내부반발 문제가 지속될 것은 자명하다는 의견이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데다 금융당국의 개입 문제 역시 여지가 있다.

윤 내정자는 앞으로 중앙회와 관계 개선에 나서는 한편, 금감원의 검사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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