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중형 PBV, 2025년부터 양산 계획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나와야 소비자 호응"

기아가 CES 2024에서 공개한 PBV 라인업. 사진=기아 제공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기아가 내년 첫번째 중형 목적기반차량(PBV·Purpose Built Vehicle)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2030년 연 3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지만, 일각에선 상용차에 집중된 PBV시장과 기존 승용차와 크게 차별화 되는 점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또 PBV 특성상 구조 강성을 제대로 확보해야는 등 안전관련 문제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라 실제 양산차가 얼마나 높은 완성도를 가질 지 업계에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기아, PBV에 미래 걸었다… 핵심 신사업으로

지난 1월 열린 국제 소비자 가전 박람회(CES 2024)에서 기아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미래 핵심사업으로 목적기반차(PBV)를 지목, 빠르면 내년에 첫 중형 PBV를 출시 할 것이라고 했다.

PBV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체 부분은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을 사용하고, 상부는 사용자 목적에 맞춰 모듈을 올리는 방식의 자동차다. PBV 설계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각종 파워트레인 부품 등이 필요 없는 ‘전기차’만 가능하다.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기아는 PBV를 통해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춘 맞춤형 설계로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디지털 제어 및 자율주행 기술도 적용한다. 인공지능 기반 차량 관제·관리 지원으로 데이터 연결 범위를 확대하고 나아가 PBV를 개인의 기호와 목적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모빌리티 솔루션(Bespoke Mobility Solution)’ 형태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이다.

기아가 PBV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이지스왑’(Easy Swap) 기술이 꼽힌다. 이지스왑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모듈을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지스왑 기능은 전통적인 볼트 체결 방식 대신 자석 체결과 기계적 체결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로, 별도의 차량을 구입하지 않아도 원하는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차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기아는 PBV에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구축했다. 이 생산 거점에서 기아가 CES 2024에서 선보인 PBV 라인업을 생산할 계획이다. 

◆낯선 PBV 개념… 소비자 간극 좁힐 수 있을까 

하지만 PBV는 일반 소비자에게 개념이 낯설고 차별점이 부족하며 시장 파이가 작아 희망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기아가 2022년 PBV 방식의 설계로 시장에 내놓은 ‘니로 플러스’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기아에 따르면 니로 플러스는 사전계약 시작 이후 12영업일 동안 약 8000대가 계약됐다. 일반 소비자의 승용차가 아닌 택시 모델과 업무용 모델 두가지로 출시됐다.

성공적 사전계약과는 다르게 실제 판매량은 그보다 적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니로 플러스의 실제 판매량은 사전계약 물량에 한참 못미치는 4700대였다. 지난해 나온 연식변경 상품성 개선 모델도 2800여대의 판매에 그쳤다.

여기엔 460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대와 일반 전기차에 비해 특별한 장점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내년 출시될 중형 PBV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상용차 중심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돼 일반 소비자와의 간극은 단기간에 좁혀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PBV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이지스왑을 일반 사용자들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가격은 합리적일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PBV는 상용차에 특화된 차량으로 해외에서 시판되고 있는 PBV인 ‘어라이벌’이나 ‘죽스’의 모델들은 모두 상용”이라며 “상용차 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어 당장에 일반 소비자의 호응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아의 첫 PBV는 소비자의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나오고 안전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1년 뒤 PBV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선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한지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BV가 확실한 안전성을 갖추는 것도 숙제다. 모듈을 플랫폼에 올리는 설계인 만큼 구조적으로 모듈 섀시 강성이 높아야 하고 험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필요하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인식을 같이한다. 그는 CES 2024에서 “PBV의 핵심은 내구성”이라며 “PBV는 아무래도 개인사업자들이 많이 타 주행거리가 길 수 있기 때문에 내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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