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사장, PBV시장의 미래 가능성 포착
'인간중심' 차량에 대한 철학 녹아있어

송호성 기아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1988년부터 근무해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사진=기아 제공
송호성 기아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1988년부터 근무해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사진=기아 제공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송호성 기아 사장은 ‘목적기반차량(PBV)’의 미래 가능성에 푹 빠진 인물이다. 그가 주도하는 PBV 전략은 기아의 핵심 미래 모빌리티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경기도 화성에 PBV 전용 공장을 세계 최초로 건립하는 등 PBV는 그룹의 미래차 계획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송 사장은 PBV로의 대전환과 혁신을 이끌어야 할 중책을 맡고 있다.

◆PBV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보다

송 사장은 PBV시장의 확대를 예상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글로벌 PBV 시장이 2020년 32만대에서 2025년 130만대로 커지고 2030년에는 200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BV는 친환경 전기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모듈화된 전기차 하부에 상부를 얹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여기서 자동차 상부를 사용자의 목적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제작 가능하다.

특히 송 사장은 이동의 자유를 제약받는 이동약자들에게 PBV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포착했다. 송 사장은 휠체어를 타는 어르신들을 예로 들었다.

그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던 소비자 가전 박람회(CES 2024)에서 “휠체어를 타는 어르신들은 차를 탈 때 휠체어를 접어 넣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다”면서 “이런 노약자들이 PBV를 활용한다면 삶이 훨씬 더 쉬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아가 CES 2024에서 발표한 PBV 밴. 사진=기아 제공 
기아가 CES 2024에서 발표한 PBV 밴. 사진=기아 제공 

CES 2024에서 기아는 PBV를 주요 전시품으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양산형 PBV인 PV1, PV5, PV7 등을 전격 공개하며 기아 PBV가 베일을 벗었다.  

송 사장은 PBV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자신한다. 그는 “PBV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의 수요에 맞춘 목적형 차량을 제공한다는 의미”라며 “지금 판매되는 차량은 고객의 필요나 목적에 맞지 않다. DHL이나 UPS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도 일반 차를 사서 직접 개조를 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BV는 스케이드보드 같은 플랫폼 위에 다양한 몸체를 얹는 형식으로 만들 수 있다. 움직이는 약국, 편의점, 식당, 서점 등이 나온다는 뜻이다”며 “자율주행 기술이 더해지면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BV에 인간중심 철학 녹아있어

2020년 기아 사장으로 선임된 송 사장은 1962년생으로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출신이다. 198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2007년 기아로 자리를 옮겼다. 기아차 수출기획실장,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사업운영 전문가로 손꼽힌다.

기아는 사장 선임 당시 “송 사장은 오랜기간 기아차의 중역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 경험이 풍부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사장 취임 후 완성차업계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과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PBV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가 취임 후 곧바로 방문 한 곳도 광주 군수 공장이었다. 기아는 자사가 만드는 군용 차량이 PBV의 뿌리라고 여긴다.  

송 사장은 “기아는 이미 30여년 간 PBV의 일종인 군수차량을 만들고 있다”며 “사장 취임 후 광주 군수 차량 공장을 방문한 것도 PBV 생태계를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에 기아의 PBV 사업은 가시적 진척을 보이고 있다. PBV 전용공장인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오토랜드 화성에 건립 중이고 오는 11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PBV 양산은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예정이다. 

기아의 PBV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송 사장의 인간중심 철학이 담긴 모빌리티가 시장을 흔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CES 2024에서 “PBV 경험은 차량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고객의 삶과 필요에 맞춰 확장된다”며 “고객들의 일상을 보다 효율적이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비즈니스 및 라이프스타일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PBV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차량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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