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카드 꺼내자 알리 소비자 대책 발표

매년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계 온라인몰은 사실상 국내 법을 적용받기 쉽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 정부가 알리에 제재를 걸었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법을 개정하는 등 국내 플랫폼과의 ‘역차별’을 없앤다는 데 정책의 방점이 찍혔다. [편집자주]

알리익스프레스.(사진=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주샛별 기자] 정부가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온라인몰 2위까지 올라선 알리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국내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등 한국 플랫폼 시장 공습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알리 상대로 공정위·관세청 등 부처 간 공동 대응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 조직을 만들어 국내 전자상거래 생태계 강화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기반실 중견기업정책국 산하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국내 진출 상황에 관한 대처를 맡을 전담팀을 구성해 곧 운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 관계자가 참여한 ‘해외 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가운데 이뤄졌다.

알리에 가장 먼저 칼을 빼들기 시작한 곳은 공정위다. 최근 공정위는 서울 중구 알리코리아(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전자상거래법상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내용 등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공정위는 통상적으로 (기업에 대한) 소비자 피해여부나 민원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서 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피해도 급격히 늘자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알리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355만명)보다 무려 130% 급증했다. 이처럼 초저가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빠르게 유인하고 있는 알리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연합뉴스)

◆ 알리 이용자 피해 급증…해외 플랫폼 ‘역차별’ 없앤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비자가 상품과 관련한 문제 제기 시 반품은 받지 않고 그대로 환불처리 하는 경우가 많았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불만은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400% 늘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직구 서비스인 만큼, 복잡한 절차에 따라 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 소비자들이 환불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영업하면서 유통법을 지키지 않고 규정에 어긋나는 광고를 상습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도 둔감함에 따라 소비자 피해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도 국내법이 차별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감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신속히 처리해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가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입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법을 개정해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해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더라도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 등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은 소비자 피해 구제와 분쟁 해결 업무를 담당한다. 국내 전자상거래법 집행과 관련한 문서 송달 및 조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해외 사업자가 국내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 부처 차원에서 관련 이슈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알리는 지난 14일 소비자 보호 정책 강화를 위해 고객센터 전화상담 서비스 지원, 업계 최고 수준의 환불 서비스 제공 등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나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알리의 대응이 지난번에도 내놓은 대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가 합법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해외 기업이 어떠한 규제도 없이 국내에서 무분별한 서비스 확장을 하는 것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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