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롯’ 넘어 이머커스 1위 안착… 알리와 일전 예고

6조원에 육박한 ‘계획된 적자’를 끝낸 쿠팡이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제치고 유통 1위 자리에 올랐으나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온라인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등장에 기뻐할 새도 없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이 중국 플랫폼들의 공습 속에서 이커머스 1위 왕좌를 지켜낼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쿠펑.(사진=연합뉴스)
쿠펑.(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주샛별 기자] 이마트·롯데쇼핑 등 전통 유통 강자를 제친 쿠팡이 새로운 유통 역사를 썼다. 이용자 수와 고객 1인당 매출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쿠팡은 실적 발표 때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이커머스 사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한국에서 구축해 나가면서 쿠팡은 이 같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매출 31조’ 달성한 쿠팡, 이용자 수 1위…알리 2위 올라

20일 쿠팡에 따르면 연 매출은 31조82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1조원을 돌파하며 전통의 유통 강자 이마트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이마트(29조4722억원)의 매출은 30조원에 못 미쳤고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냈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14조5559억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쿠팡에 밀린 전통 유통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본업’에 집중하겠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비롯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선 사이, 쿠팡의 독주를 막을 새로운 경쟁자인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온라인 시장 공습이 본격화됐다.

2018년 한국 온라인 시장에 첫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인기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국내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상품 전문관인 ‘K-베뉴’를 개설했고, 지난 1월에는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 혜택을 내걸며 한국 셀러를 끌어모았다. 상품 영역도 가공·신선식품으로 확대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은 3년간 11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4471억원을 투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년 새 한국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355만명)보다 무려 130% 급증했다. 최저가를 앞세우며 빠른 배송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한 쿠팡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유통업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최저가’ 정책을 앞세워 국내 고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중국 내 크고 작은 제조사를 기반으로 현지 제품을 직매입하며 중간 유통 과정과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이고 비슷한 제품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알리익스프레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알리익스프레스)

◆‘쿠팡 독주 막아라’…알리 입점하는 K-기업들

알리익스프레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을 시작으로 최근 CJ제일제당과 롯데칠성 등 국내 여러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관인 ‘K-베뉴’에 잇따라 입점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브랜드 유치를 위해 현재 ‘K-베뉴’ 입점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자 CJ제일제당의 경우 ‘비비고’ 제품이 자사몰 보다 최대 43%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이처럼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유인함에 따라 쿠팡도 알리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쿠팡은 ‘로켓직구’ 서비스를 기존 미국, 중국, 홍콩에 이어 일본으로 확대하며 해외 직구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 외에도 쿠팡은 2022년 10월 대만에 로켓직구·로켓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1년 새 현지 2곳에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마련했고 올해 상반기에 3호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로켓배송’ 지역을 강원 산간, 제주 등 도서 지역으로 확대하는 등 소비 인구를 늘려 나가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해외직구 특성상, 반품이 어려운 데도 고물가 현상에 따라 저렴한 생활용품 등을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알리익스프레스가 로켓배송, 쿠팡이츠 등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충성고객을 보유한 쿠팡 입지까지 올라서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