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절반 ‘뚝’…수익성 높여 기업가치 키워야

실적 반등에 성공한 컬리가 연내 IPO(기업공개)를 예고한데 이어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재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11번가 역시 상장 의지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컬리의 기업가치는 기존 4조원에서 1조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수익성에서 뚜렷한 지표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번가의 경우,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해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나 인수자와의 잇따른 협상 불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편집자주]

마켓컬리.(사진=컬리)
마켓컬리.(사진=컬리)

[서울와이어 주샛별 기자] 증시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다가 불발된 이커머스업체인 컬리, 11번가 등이 올해도 코스피 상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비용 효율화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무게를 쏟고 있는 상황이다. 

◆‘계획된 적자’ 컬리…뚜렷한 수익 지표 보여줘야

22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이루자 IPO 흥행을 예측하고 예비심사 청구 준비에 돌입했다. 최근 증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평가를 높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컬리 관계자는 “상장 계획은 확정된 바는 없으나 대외적인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연내 상장을 위해서는 올해 상반기에는 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가야 하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난번 상장 추진 당시 무난하게 예심을 통과한 만큼,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장외시장에서 평가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원 밑에 불과한 수준이다. 컬리는 지난 2022년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컬리 주식도 지난해 2월 초만 해도 3만원 대에 거래됐으나, 이날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으로 1만5900원까지 내려갔다. 시총은 6710억원에 불과하다. 장외시장 거래 주가로 몸값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간접적인 평가 지표로는 활용될 수 있다.

IB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컬리가 희망 몸값인 3조원 수준을 측정받기 위해서는 결국 수익성 개선에서 뚜렷한 지표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컬리는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안내장을 발송했다. 컬리가 안내장에서 밝힌 지난해 영업손실은 1436억원이다. 2022년(2334억원)보다 38.4% 줄어든 수치다. 물류센터를 효율화하고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출은 2조372억원에서 2조773억원으로 1% 소폭 증가했다.

컬리 관계자는 “투자를 위해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이제야 수익을 내는 구조로 접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설립된 컬리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설립 초기인 2016년 17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8년 157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까지 커졌다. 다만 매년 적자도 늘어나며 2022년 적자 규모는 23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적자 규모를 절반 가량인 약 864억원까지 줄인 것이다.

컬리는 앞서 실적 개선을 위해 광고와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 절감에 나섰다.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를 도입해 고객 록인(lock-in) 효과를 증대시켰고, 재구매율 증가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론칭한 뷰티컬리를 통해 누적 거래액 3000억 원을 넘겼고, 뷰티컬리는 컬리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군으로 자리잡았다. 컬리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다음주 중에 공시될 예정이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사진=11번가)
안정은 11번가 사장.(사진=11번가)

◆ 알리 등 ‘C-커머스’, 플랫폼 시장 장악…11번가 매각 난항

토종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는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결과로, FI의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을 통해 강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조원을 웃돌았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반토막 나면서 큐텐 등 글로벌 이커머스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막판 조율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몸값이 5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11번가의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른바 ‘C-커머스(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가 국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함에 따라 수천억을 쏟아 11번가를 매각했을 때 수익성 확보로 이어질지 의문이 든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큐텐마저 지난달 북미 기반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Wish)를 2300억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하면서,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게 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이커머스는업계는 해외 기업이 판매자(셀러), 이용자(고객) 등 국내 사업을 위한 모든 인프라를 갖춘 11번가를 인수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장악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아직까지 알리바바와 아마존 등에서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은 865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실적 발표에 앞서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매각이 녹록치 않자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비용절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11번가 관계자는 “매각의 경우, FI에서 결정하고 추진하는 일이라 구체적인 진행과정을 알 수 없다”며 “현재 FI에서 인수 대상을 진행 및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에 집중하면서 가치를 높이고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 IPO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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