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서울와이어 편집국 ][서울와이어 박성필 기자] 지난 2월 우리나라 친환경차 수출(5만3369대)이 3년2개월 만에 역성장(전년 동월 대비 13.8%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EV) 수요 둔화가 친환경차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를 포함한다.

3월 전기차를 포함한 승용차 실적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전기차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CNBC에 따르면 미즈호증권은 전기차업계 전반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전기차 회사들이 미즈호증권 평가대로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 여건에 놓였다면 놀라운 일이다.

미국 전기차기업이 중국산 저가 자동차의 무서운 속도의 공세, 글로벌 수요 둔화, 고금리에 따른 부채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놓였다. 그 속에서 우리가 착안해서 바라보아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전기차업체는 어떻게 비상했나?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부터 판매실적과 영업이익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비야디(BYD)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중국의 신규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82% 증가해 전 세계 전기차 구매의 약 60%를 차지했다. 이는 전기차를 일찍 채택한 미국, 노르웨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크게 능가하는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도로에 있는 전기차의 절반 이상은 중국에 있다. 중국은 2022년 세계 전기차 수출의 35%를 차지했다. BYD는 지난해 4분기에 테슬라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다. 대규모 내부 시장, 호의적인 정부 정책으로 중국 전기차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를 살피며 중국 전기차 성장 비결을 살펴보자. BYD, 지리(Geely) 등은 전기 버스와 오토바이와 같은 인접 산업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접근이 자동차에 집중하는 것보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장점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궁극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시해 제대로 연구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버스는 상용 세단보다 더 무겁고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대부분 버스는 매일 약 18시간 동안 운행한다. BYD는 버스란 인접 산업을 목표로 삼아 2009년부터 배터리 기술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다.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전기 버스를 택해 연구했다.

그 결과 2015년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시스템에 전기 버스를 공급하는 쾌거를 이룬다. BYD 전기 버스는 현재 남미시장에도 널리 퍼졌다. 지리는 자동차보다 가볍고 휴대하기 쉬운 배터리를 요구하는 오토바이 산업을 연구대상인 인접 산업으로 택했다. 결국 이런 실용적 접근이 두 회사가 선도적인 전기자 관련 주요 업체로 성장시킨 밑그림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중국 주요 전기차업체는 10개 주요 도시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했다. 핵심 배터리 기술을 향상하기 위한 솔루션을 고안하기 위해 택시 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단순히 충전소 위치를 계획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들은 배터리 충전을 위한 다양한 시간대별 옵션을 점검했다. 

배터리 기술이 제대로 됐다면 그 전기차는 도심에서 최대 8시간 동안 운행할 수 있다. 아침 근무조는 오후 6~7시쯤에 일과가 끝난다. 산업용 전력 소비가 심한 시간을 피하면서 이들은 오후 8시 무렵 충전을 한다. 저녁 근무조는 일과 후 새벽 2~3시쯤에 충전을 한다. 이때는 도시 전력 소비가 아주 낮은 시간이다. 배터리 수명과 전력망에 대한 협업을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와 택시회사가 공동으로 설계해 시행한 것이다.

2002년부터 중국차업체는 전기차 전체 제조 비용의 30~40%를 배터리 가격이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배터리 개발에 온 역량을 집중했다. 그런 과정에서 중국의 안정된 공급망도 한몫했다. 이런 배경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중국 전기차 기업이 광범위하게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했다.

예를 들어보자. BYD가 전기차 여정을 시작했을 때 휴대폰 배터리 제조사에서 야디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로 전환했다. BYD는 소형 자동차 제조 회사(Qinchuan Machinery Works)를 인수해 2002년에 새로운 자동차 사업부를 설립한다. BYD는 이후 배터리 제조 기술에 대한 자체 지식을 공유하는 대가로 다임러와 도요타와 협력해 EV 제조 지식을 향상할 수 있었다.

◆낮아지는 테슬라의 중국 내 입지를 보며

블룸버그 통신이 중국 승용차 협회(CPCA)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자. 테슬라는 지난 2월 중국 공장에서 6만365대를 출하했다. 2022년 12월 이후 1년여 만에 보인 가장 낮은 실적이다. 직전 달인 1월보다는 16%, 지난해 2월보다 19% 각각 감소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판매를 늘리기 위해 보험 보조금과 우대 할부 프로그램 같은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BYD 같은 현지 경쟁사들의 압박 또한 거세지는 시장 형국이다. 올해 1~2월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또 친환경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은 37.5%나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자동차 판매량 중 절반을 전기차로 만들기 위해 IRA(인플레이션 억제법)에 의한 감세 조치가 도입됐다. 당장 판매는 증가하고 있어도 증가율은 기존에 예상했던 바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2월의 딜러 재고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미국 자동차 딜러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12월 재고가 역대 최대인 114일치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거의 4개월 동안 판매할 수 있는 규모의 이 같은 전기차 재고는 2022년 동기(53일치)의 2배가 넘었다. 전체 자동차 재고 71일분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어서 살만큼 전기차를 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이달 4일 테슬라가 지난 2월 중국산 차량 6만365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 7만4402건에 비해 18.87%, 1월 7만1447건에 비해 15.51%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 우려 기업'(FEOC)에 대한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테슬라 모델3를 비롯한 전기차 다수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대 거점으로 꼽히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공장의 생산량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를 감산하려 한다. 근무 시스템은 기존 주 6일 반에서 5일제로 전환했다. 생산라인만 기존과 동일한 2교대로 한다. 테슬라의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판매가 주춤한 상황이다. 일본으로 수입된 전기차 중 5분의 1을 중국 BYD가 차지했다.

중국산 테슬라 판매량. 자료=중국 승용차 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 CPCA)
중국산 테슬라 판매량. 자료=중국 승용차 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 CPCA)

◆전기가 석유보다 싸다고?

‘전기는 석유보다 싸다.’ BYD의 마케팅 표어다. 내연기관차 이용자들을 전기차로 유인하기 위한 공격적인 문구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BYD가 지난해 12월보다 100개 이상의 기존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책이 중국 전역의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분석했다.

종전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는 보통 상하이나 선전과 같은 부유한 도시의 첫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젠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비교적 전기차 구매 여력이 낮은 소도시와 농촌 지역 거주민들까지 겨냥한다. 중국 승용차 협회는 가격 경쟁이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의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가격을 낮출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중국 BYD의 올 2월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12만2311대로 집계됐다. 수익성도 좋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이익률은 2년 만에 최저다.

테슬라는 자사 자율주행서비스(FSD)를 1개월 소비자에게 무료체험하는 등 수익성 제고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과 전기차 수요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들여 다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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