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단 10대 판매하며 '조기 철수'
내년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날 예정

재규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PACE. 사진=재규어
재규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PACE. 사진=재규어

국내 수입차시장의 판매량은 매년 증가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브랜드마다 실적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와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 재규어는 국내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며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로터스도 2013년 실적 부진으로 철수 한 바 있다. 이 세 브랜드는 한국지사 설립, 전동화 전환, 브랜드 재론칭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한국시장에 다시 문을 두들길 예정이다. 이들이 그동안의 부진을 뒤로하고 극적인 반등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1922년 창립된 재규어는 과거 영국산 고급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판매부진을 겪은 재규어는 전 차종 전동화 전환이라는 파격적인 미래 비전을 말한 뒤 차량 생산을 한시 중단했다.

재규어는 2025년 전모델 전기차 브랜드로 새롭게 돌아올 예정이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이미지 실추로 인한 극복 과제들이 산적했다.

◆'고질적 품질 문제' 맥 못춰… 조기 판매중단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재규어의 입지는 크게 흔들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재규어의 연간 판매량은 2018년 3701대, 2019년 2484대, 2020년 875대, 2021년 338대, 2022년 163대로 급락했다. 특히 지난해 판매량은 단 10대에 그쳤으며 이에 재규어는 국내 판매를 조기에 중단했다.

재규어의 어려움은 한국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규어는 십수년간 경영난에 흔들린다. 2008년 미국 포드사에서 인도 타타자동차로 경영권이 넘어간 재규어는 이후에도 시장을 강타하는 뚜렷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품질문제가 발목을 여러번 잡아오며 소비자의 브랜드 신뢰도가 낮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재규어의 순수 전기차 ‘I-PACE’를 올해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6월6일~10월31일 사이 마그나슈타이어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장에서 제작된 차량 전량이 대상이다. 배터리팩 과부하에 따른 화재 가능성이라는 치명적인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규어의 순수전기차 I-PACE. 사진=재규어
재규어의 순수전기차 I-PACE. 사진=재규어

또 지난해 5월에도 재규어는 2019~2024년형 I-PACE에 대해 고전압 배터리 과열에 따른 화재 위험을 노출하며 미국에서 약 6400대 규모의 리콜이 진행되기도 했다. 실제로 재규어 I-PACE는 2021년 8월23일부터 2024년 2월16일까지 미국에서만 총 61건의 화재 신고가 보고됐다. 

이에 재규어는 I-PACE의 배터리 충전량이 75%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충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했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차량을 가급적 외부에 주차할 것을 차주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도 재규어는 해당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I-PACE에 대한 배터리팩 전면 교체만을 지속한다.

한국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재규어의 ‘인제니움 2.0’ 엔진은 타이밍 체인이 늘어나거나 끊어지는 결함이 발생해 지난해 7월 리콜 조치됐다. 하지만 리콜 후 엔진 오일이 감소하는 문제가 새롭게 발생해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증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해 제조상의 공정 불량으로 인해 타이밍 체인이 늘어나는 일이 벌어져 또 리콜조치 되기도 했다. 타이밍 체인은 엔진 구동 시 하부 피스톤과 상부 밸브가 부딪히지 않게 장력 유지를 통해 조절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대부분의 완성차 제조사에서 결함이 적은 부분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각종 논란에 휩쌓인 재규어의 판매량은 곤두박질쳤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재규어가 전 모델 판매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전동화 전환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데는 품질 문제가 잦은 내연기관 기술력도 한 이유”라며 “전동화 전환을 통해 완전히 차량 설계를 재구성하겠다는 것인데, 전기차 I-PACE마저도 미국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 때문에 소송에 직면하며 품질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로 부활 가능할까… 넘어야 할 장벽 많아

2022년 재규어는 2030년까지 브랜드를 완전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른바 ‘판테라’로 명명된 독자 개발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2025년까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전동화 버전 출시도 병행하는 계획이다.

영국 코벤트리에 위치한 재규어랜드로버그룹(JLR) 본사. 사진=재규어

이를 위해 재규어랜드로버그룹(JLR)은 생산 체계 확충 및 업그레이드, 디지털화, 연구개발 등에 5년간 150억파운드(약 25조5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재규어는 전동화 전환으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지만 넘어야할 산은 많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이 첫 번째다. 재규어의 브랜드 포지션을 봤을 때 전동화 이후에도 고급차 위주의 포트폴리오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고급 전기차는 연이어 하락세를 겪는다. 한때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루시드는 고급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생산량을 여러 번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맞닥 뜨렸다.

또 제너럴 모터스(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여전히 2035년까지 완전 전기차를 목표로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객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며 전동화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두번째 넘어야할 장벽은 재규어의 브랜드 가치다. 전 세계 판매 중단을 감행한 현재는 경영난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하게 재규어 브랜드 자체가 존폐기로에 섰다. 

해외 자동차 매체 오토에볼루션은 지난 27일 재규어가 장기간에 걸친 판매 축소와 경영난으로 브랜드 운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중국 업체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중단을 한 탓에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내년 전기차를 통해 한국시장에 다시 진출할 예정이지만 내·외부적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한 좋은 평가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레너드 후르닉 재규어랜드로버 최고사업책임자(CCO)는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시장 재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30년까지 재규어 랜드로버를 전기차 주도의 모던 럭셔리 자동차 회사로 포지셔닝할 것”이라며 “2025 회계연도까지 순 현금 흐름 흑자, 2026년까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재규어가 후르닉 COO의 말처럼 완벽한 전기차를 만들어 한국 수입차시장에 새판을 만들지, 아니면 예전의 어려움을 답습할지 수입차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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