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 브랜드 이미지, 지정학적 경영환경은 '리스크'
전기차 경쟁 더욱 격화될 2~3년 내로 경쟁력 드러날 것

지난달 26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전시장 팔렉스포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모터쇼 전시장에 BYD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탕(Tang)'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스위스 제네바 국제전시장 팔렉스포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모터쇼 전시장에 BYD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탕(Tang)'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중국 전기차업체 BYD가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지난해 판매량에서 테슬라도 뛰어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BYD의 거침없는 승승장구에도 글로벌시장 경쟁력에서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이목을 끈다.

25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미래모빌리티사업단은 ‘BYD 글로벌 확장 전략의 명과 암’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노사문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부재 등이 BYD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3년 내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BYD의 경쟁력이 검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완성차기업의 전동화 로드맵을 고려할 때 수년 내에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BYD와 다른 전기차업체들의 직접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BYD가 판매량 측면에서는 이미 메이저 완성차 그룹의 하나가 됐다. 다만 장기적으로 같은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미래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만한 위상을 획득할지는 불확실하다. 

우려되는 점은 BYD의 부품·재료수급 공급망이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BYD를 대상으로 배터리, 희소 광물, 핵심 부품의 원산지 규제를 강화할 경우 BYD의 경쟁력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BYD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핵심 광물을 중국 내에서 조달하며 원재료 채굴부터 차량 판매까지 체계화된 공급망을 갖췄다. 

노사 문제도 BYD의 순항에 암초가 될 수 있다. 보고서는 만약 BYD가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할 경우 국가별로 다른 근로조건 및 조직문화로 경영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EU 등이 BYD를 타깃으로 배터리 및 희소 광물에 대한 원산지 규제를 강화하고 BYD가 해외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낮은 인건비 등 중국 특유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BYD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부재한 점도 성장 저해 요소로 봤다. BYD는 중국이라는 우호적 환경 속에서 물량 속도전에 성과를 거둬 타사에 앞서 가격 측면의 난제를 해결해 왔으나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전략은 유보해 왔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평가 전문기관 ‘브랜드 파이낸스’는 ‘자동차 산업 2024 랭킹’ 보고서에서 지난해 BYD의 브랜드 가치를 12위(121억달러)로 평가했다. 같은 조사에서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는 2위(583억달러)였다.

보고서는 “테슬라가 판매량 증대에 기여할 소형 볼륨 모델에 앞서 사이버트럭 등 틈새 차종을 먼저 공개하는 것은 전기차 선도 이미지를 이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BYD는 내수 시장 성적만으로 지난해 4분기 미국 테슬라와 대등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큰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BYD의 연간 전기차 판매대수는 288만대로 중국 내수 비중이 96.1%(277만대)였다.

중국에서의 우위는 배터리·전기차 핵심 부품의 자체 조달 구조를 일찍이 확립해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빠른 개발 속도를 바탕으로 우수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시장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BYD는 저가·소형 전기차 모델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 내연기관차의 교체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중국과 비교적 우호적인 국가에서 현지 생산을 본격화한 전략은 선진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을 회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전기차의 내수 위축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조짐이 관건이다.

보고서는 “그간 BYD는 중국이라는 특수한 여건하에서 급성장한 것이 현실이고 글로벌 무대에서 동급 제품 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며 “2~3년 이내에 BYD 성장 전략의 유효성이 검증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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