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발동에 세계 철강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13개 주요 철강업체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다. 3분기 34%에 달했던 실적이 3개월 만에 바닥을 친 셈이다.

일본 시장조사 전문업체 QUICK 팩트셋 자료를 살펴보면 13개 철강사의 4분기 매출액은 964억 달러(약 108조6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8% 증가했고 순이익은 44억2000만 달러(약 4조98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는 세계 조강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4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아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아시아 시장의 철강 가격이 하락하며 호조를 보이던 글로벌 철강사들의 실적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미국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의 안보를 해친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각각 25%·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값싼 수입 철강재가 미국에 유입되기 어려워지면서 미국 내 가격이 상승해 현지 업체들은 모두 두 자릿수 호실적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 철강산업이 되살아났다”며 “미국을 위한 큰 승리”라는 자축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내년까지 생산량을 160만톤 증산하겠다고 발표한 US스틸은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3.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확대에 지난해 일리노이주 그래닛시티 제철소의 고로를 재가동하면서 조강생산량도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로 대기업 뉴코(Nucor)도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 대비 68%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철강관세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뉴코는 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생산량을 90% 늘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아시아와 유럽 철강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인프라 사업에 사용되는 강재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에 수출하던 러시아와 터키산 강재가 관세 인상으로 갈 곳을 잃었다”며 “잉여 물량이 아시아 시장에 유입돼 가격 하락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인도 JSW스틸은 조강생산량은 늘었지만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4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강재 단가 부진과 조업 차질로 인해 영업이익은 16%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내수 호조가 힘을 발휘하며 신일본제철의 영업이익이 59% 증가했지만 JFE홀딩스는 고로에 문제가 발생해 조강생산량을 늘리지 못해 영업이익이 2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도 포스코는 6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0.4% 늘어난 1조2715억원, 매출액은 16조6215억원으로 6.6% 늘었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4.6%, 17.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1% 줄었다. 동국제강도 영업이익이 18.0% 감소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내놨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철강 가격 상승은 자동차과 건설업, 조선업 등 제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종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의 철강업계 호조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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