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채산성 악화, 수출기업에 악재
전문가들 "부정적인 요소 맞지만, 타격 크진 않을 것"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한국이 한미FTA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이 제안한 '환율조작 금지' 내용에 합의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국내 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새 무역정책과 국가 안보를 위한 한국 정부와의 협상 성과’ 자료에서 “경쟁적 평가 절하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한미 FTA 개정에 합의하면서 원화의 평가 절하를 막아 환율 개입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대부분 국가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통화가 오르지 않도록 직간접적인 조정을 가한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한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이 바라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미 재무부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년간 한국이 49억 달러의 원화 절하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화 강세는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에 악재다. 채산성(경영에서 수지, 손익을 따져 이익이 나는 정도)이 악화돼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변동이 수출가격에 전가되는 정도를 분석한 결과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율은 '-0.19'로, 원·달러 환율이 10%p 하락하는 경우 수출가격 증가율은 1.9%p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원·달러 환율 하락 시 환율 하락만큼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충분히 인상하지 못함에 따라 원화표시 수출액이 하락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산업계는 특히 내수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 호조가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한 만큼,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 경제 회복세도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업계다. 업계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400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원래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해당 조항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을 것 같진 않다"며 "다만 한미 FTA 개정안 자체로 무역수지 적자가 되면 원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일단 방향성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인 송선재 팀장은 "실제로 양국이 원화가치 하락 억제 내용을 합의했다면 자동차 업계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FTA 개정안 내용 자체는 당초 우려보다 부정적인 폭이 적다. (환율조작 금지라는)부정적 요소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크게 크리티컬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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