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한보라 기자

[서울와이어 한보라 기자] “금융권의 탐욕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았다. DLF 사태만 봐도 그렇다. 이번 키코 조정안은 그를 멈출 단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조붕구 위원장)

 

지난달 20일 키코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 분쟁조정위원회 권고안이 전달됐을 때 공동대책위원회가 밝힌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키코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에게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권고안을 통보했다.

 

그러나 당초 8일 수용 여부를 밝혀야 했던 은행권은 수용‧불수용 대신 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발맞춰 조정안 결정 시일을 미루며 수락 여부는 오는 2월 결정될 전망이다.

 

미온적인 은행권에 비해 피해 기업은 일찍이 조정안을 수용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이 4대 기업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 합의를 의뢰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미 늦을 대로 늦어진 배상에 차질이 빚을까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지연 소식을 확인했으며 은행권이 이사회 실무절차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며 “일단 저희도 조정 방침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사태를 촉발한 6개 은행(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중 올해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소비자 보호를 단초삼지 않겠다던 곳은 없었다. 각 금융지주가 회장 신년사를 통해 발표했던 ‘고객 신뢰 방침’을 생각하면 무책임한 태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키코 사태는 법적 책임이 요해지지 않기 때문에 은행권 수용이 지체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DLF사건에는 분조위 발표 이전부터 거듭 사과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새해 벽두부터 라임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징후까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연이은 은행권의 책임회피, 즉 무사안일주의에 고객 자산만 번번히 볼모로 전락하는 꼴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앞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뒤로는 법적 책임이 만료된 지 오래라며 무책임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올해로 키코 사태가 발생한지 11년이다. 은행이 정말 ‘신뢰받는 금융’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앞으로만 급급한 신뢰 찾기 대신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행동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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